쌍용차 터키총판 '8년적자'에도 1820억원 투자한 이유

쌍용자동차 터키 총판인 사슈바로글루 그룹 본사이자 쌍용차 이스탄불 대리점의 전경/사진제공=쌍용차

지난 25일(현지시각) 터키 최대도시이자 경제수도인 이스탄불. 상업 중심지구인 신시가지를 출발한 버스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지나 20여 분을 달리자 고속도로 왼편으로 'SSANGYONG'이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7층짜리 건물이 시야로 들어왔다. 120여 개 나라의 1700여 개 쌍용차 해외 대리점 중 두 번째로 큰 터키시장의 판매 거점이다.


1층 쇼룸에 들어서니 지난 21일 '이스탄불 모터쇼'를 통해 터키 시장에 공식 출시된 '티볼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터키의 쌍용차 총판 현지기업인 사슈바로글루의 본사이기도 한 이 곳엔 체어맨을 제외한 쌍용차의 전 차종(35대)이 전시돼 있다. 부품센터와 정비센터, 서비스센터도 함께 자리해 한 곳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진다.

사슈바로글로 그룹의 유누스 사슈바로글루 사장은 "고객들이 차를 구매할 경우 10분 안에 론(대출) 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구입 후 4년까지는 중고차를 환불해 주는 '바이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며 "다른 완성차와는 차별화된 시설과 마케팅, AS가 쌍용차 터키 대리점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이스탄불 대리점 전시장 모습. 쌍용차 35대가 전시돼 있다./사진제공=쌍용자동차

사슈바로글루 그룹은 2대째 자동차 관련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수입 총판 및 딜러 회사다. 포드와 시트로앵, 현대차 등 11개 브랜드의 딜러사 경험을 살려 2007년부터 쌍용차 총판을 맡고 있다. 터키 현지에 27개 판매네트워크와 43개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쌍용차를 독점 판매한다.

사슈바로글루 그룹이 2007년 이후 쌍용차의 터키 판매를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1820억 원(1억67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룹 전체 매출액(약 10억 달러, 1조900억 원)과 견주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다. 자동차에 매겨지는 특별소비세율 인상으로 2012년 2520대이던 판매량이 지난해 1071대로 줄고 매년 적자를 내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 이스탄불 대리점의 3배 규모인 쌍용차 세계 최대 대리점을 개소하기도 했다.


이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건 'SUV 명가' 재건에 나선 쌍용차의 경쟁력과 미래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사슈바로글루 그룹을 이끌고 있는 니하트 사슈바로글루 회장은 "1997년 한국기업의 외환위기(IMF) 극복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생겼다"며 "쌍용차의 새로운 전략(매년 신차 1대 출시)을 믿고 매년 새로 나올 새로운 세대의 차를 통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 대리점에서 만난 사슈바로글루 그룹의 니하트 사슈바로글루 회장/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차가 4년 만에 출시한 신차인 '티볼리'의 성공도 확신했다. 터키는 배기량 2000cc 이상 차에 높은 특별소비세를 물리는 과세제도 탓에 소형차 판매 비중이 높고 SUV 수요는 적다. 쌍용차의 터키 판매가 줄어든 이유도 2013년부터 2000cc 초과 차량에 45~145%의 특별소비세가 부과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SUV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소형 SUV인 티볼리의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슈바로글루 회장은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티볼리에 대한 고객 반응이 매우 좋고 하반기 디젤과 롱바디 모델도 나온다"며 "티볼리의 판매 확대를 발판으로 향후 터키 시장 판매량을 5000대나 1만대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2017년쯤엔 터키와 아프리카에서 쌍용차 현지 조립생산(CKD) 공장을 세워 완성차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사슈바로글루 회장은 "터키에서 사냥을 하려면 40일 중 39일은 걸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지금은 선투자하는 단계지만 5~10년 후 쌍용차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