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주식투자한 엄마에게"…애널리스트 딸의 조언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엄마의 주식투자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5년 쯤 된 것 같다. 내가 애널리스트가 되었을 때에 이미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으니까. 애널리스트 초짜 시절 엄마에게서 들은 종목명은 대부분 IT부품주들로 내게는 다소 생소한 것들 뿐이었다. 그런데 그 중 일부를 얼마 전 엄마의 주식계좌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손실을 기록한 채로.


엄마의 주식투자 성과를 난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식투자로 의미있는 자산증식을 못 하신 것 같다. 그럼에도 엄마는 손주들이 어린이 집에 가서 생기는 여유시간의 대부분을 주식 HTS를 들여다 보며 소일하신다.

엄마의 이런 모습은 뭔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주식투자가 여유시간을 보내는 레저 활동의 하나일 수 있지만, 주식투자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 같은 것을 하면서 보내시는 것이 건강측면에서는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왔다.

엄마가 잘 아는 종목 몇 개만 사서 그냥 보유하라는 것이 첫 번째 나의 주문이었다. 엄마가 주식에 투자하는 돈은 당장 생활에 필요한 돈은 아니다. 그래서 단기에 높은 수익률을 실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매일을 주식 HTS에 매달려서 주가를 보고 있다가 보면 차익이 날 경우 그 차익을 실현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좋은 주식을 매수하고도 충분한 과실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정기간 주가 변동이 없는 경우에는 답답한 마음에 매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단기에는 주가 상승이 눈에 띄지 않더라도 조금씩 상승해 연간 15%의 수익률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면 5년이면 100%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종목별로는 이런 투자가 가능한 종목들이 충분히 많은데, 단기 매매를 하는 엄마는 이러한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두 번째는 잘 아는 종목을 선정하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엄마의 수익률이 그 다지 뛰어나지 않은 이유가 IT부품주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50~60대 아줌마가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IT부품의 기술변화와 사용처 등을 인지하고 투자로 연결하기란 쉽지 않다.

엄마가 자주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엄마가 충분히 평가할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주변에서 투자할 주식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아마도 대부분 내수주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내수주 중에서 장기적으로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종목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종목의 주가 상승에 배 아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배 아파하다 보면 고점에서 매수하는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도 백수오 사태가 일어나기 전, 내츄럴엔도텍을 사고 싶었다고 한다. 주가가 과하다고 생각하는 데도 계속 오르니까 사도 될 것 같았다는 것이다.

물론, 주가 상승이 뛰어난 종목들 중에서 진정으로 회사가 좋아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종목들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확신을 갖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에 대한 공부가 먼저 필요하다. 어차피 긴 호흡으로 투자할 것이라면 좀더 공부를 하고 적절한 시점에 매수하면 된다. 오직 내가 투자한 종목보다 주가가 더 잘 간다는 이유로 해당 종목을 매수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가는 종목만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하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면서 비이성적인 투자를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일수록 큰 숨을 한번 쉬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비록 지금은 주목받지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종목을 선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손윤경 이코노미스트/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