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소주전쟁…주정업체 '웃음꽃'

칵테일형 저도주와 진한 옛맛 고도주 등 도수를 넘나들며 불붙은 소주업체 간 경쟁에 주정업체들이 웃고 있다. 저도주 바람이 불면서 주정 소비가 줄어 '큰 재미'를 못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칵테일형 저도주 시장이 본격화되고, 진한 맛 소주도 활기를 띠면서 주정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21일부터 순하리 발매 2달 만에 부산경남지역을 넘어 수도권 등으로 전국판매를 확대했다. 수도권에서도 '순하리' 반응이 뜨겁다. 홍대와 신촌 등 젊은층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순하리 열풍이 불고 있다.

유자향을 첨가한 '순하리'는 알코올 도수 14도의 저도주 시장을 놓고 부산경남 맹주 무학(좋은데이 블루·레드·옐로우·13.5도), 대구경북의 금복주(상콤달콤 순한참 유자·14도)와 경쟁중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에 이어 무학과 금복주가 소주칵테일 시장에 뛰어들고 '순하리'가 성공적으로 서울 지역에 정착 조짐이 보인다"며 "소주 칵테일 시장의 빠른 성장과 주정산업의 수요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 도수가 낮아지면 주정이 그만큼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주정업체의 수익이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도수가 낮은 소주라도 많이 팔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병당 주정 비율은 낮아지지만 판매량이 많아지면 주정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저도주 칵테일 전쟁뿐 아니라 높은 도수의 고도주 소주시장이 상승세를 탄 점도 주정업체로서는 반갑다. 17도짜리 소주가 대세를 이루는 와중에 21도짜리 하이트진로 참이슬 클래식은 '빨간뚜껑'을 앞세워 참이슬 브랜드 한 달 판매량(1억3000만병)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알코올도수 25도짜리 프리미엄급 '일품진로'도 2013년 9만2000병에서 2014년 25만 병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현재 국내 주정 제조사는 10개가 있다. 점유율에 따라 원료 배정과 생산량이 결정된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정시장 점유율(2013년 기준)은 진로발효 (14,300원 ▼170 -1.17%)(16.6%)와 창해에탄올(14.3%), 풍국주정(9.6%), MH에탄올(9.43%) 순이다.

주정은 대한주정판매가 일괄구매한 후 주류 제조사와 식품제조사, 제약사 등에 판매하는 구조다. 주정은 타피오카 등에서 뽑아낸 무색·무취·무미의 에탄올이다. 국내 주정 90% 가량이 소주 제조에 이용된다.

주정업체들의 주가도 순항중이다. 진로발효는 지난해 말 2만9000원대를 오르내렸지만 지난 22일 최근 1년간 최고치인 4만2200원을 기록하는 등 4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창해에탄올도 연초 1만7000원대에서 27일 종가 기준 3만3000원으로 5달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박선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저도 소주는 제조 과정에서 주정 사용량이 줄지만 소주 소비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저도주화에 따른 주정 수요 감소보다 소주 판매량 증가에 따른 주정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