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1500억 ABCP에 물린 기관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유동성 위기에 빠진 포스코플랜텍이 결국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했다. 그동안 포스코플랜텍의 지급보증을 받아 발행돼 왔던 15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유동화채권의 상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26일 포스코플랜텍은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채권단의 75% 이상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워크아웃이 개시되며, 채권단은 개시 여부를 다음주 중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특수목적법인(SPC) 미라클제일차가 발행한 495억원 규모의 ABCP에 투자한 기관이다. 이 ABCP는 2013년 발행돼 3개월마다 차환 발행돼왔으며 오는 27일 만기를 앞두고 있다. 3개월 만기 사모형식으로 발행된 만큼 투자자는 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포스코플랜텍은 2010년부터 진행해온 해외 태양광 사업을 위해 그린파워퍼스트, 미라클제일차, 미라클제이차 등의 SPC를 설립했다. 이들로부터 발행돼 현재까지 만기가 남아있는 유동화채권 물량은 약 1500억원 어치로 집계됐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실질 차주인 시공사들에 먼저 상환 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지급보증을 선 포스코플랜텍에 상환의무가 돌아오게 된다"며 "시공사들의 신용등급도 C등급까지 내려온 포스코플랜텍의 신용등급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이들 ABCP의 상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이 지급보증 발행한 이 ABCP는 모두 만기가 3개월~1년 미만의 단기사채였지만 그동안 롤오버(차환발행)를 통해 원리금 상환을 미뤄왔다. 기존 보유기관 또는 새로운 기관이 신규 발행물량을 담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매각 물량이 발생할 경우 주관사인 NH투자증권(구 NH농협증권)이 일부 인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은 최근 약 2달 사이에 포스코플랜텍 신용등급이 BBB에서 원리금 상환능력이 없음을 뜻하는 C등급까지 내려왔고 이에 따라 SPC 등급도 A3에서 C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분석 연구원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ABCP 차환발행을 하려해도 물량을 받아줄 투자자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상 해당 ABCP 역시 다른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채무재조정 대상 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플랜텍은 ABCP 외에도 2013년 공모형식으로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625억원 상당은 기관이, 375억원 상당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