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조 동의없이도 임금피크 도입", 불붙는 노정갈등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스포츠월드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단위노조대표자회의 및 총력투쟁 출정식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4.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사측이 노사간 합의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다했다면 노조의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 발제문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를 오는 28일 열리는 관련 공청회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정년60세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노사정대타협 과정에서 노동계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지만 정부 주도로 도입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에 대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도 막판까지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했던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경우 노조 측의 동의 없이는 제도를 변경할 수 없다. 정부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공론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의 무조건적인 반대나 몽니가 있더라도 사측이 충분히 대화노력을 했다고 인정될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은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입법 취지나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재정 및 인력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고도의 필요성이 일반적으로 인정된다"며 "사용자가 임금체계를 적정하게 설계하고, 노조의 동의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에 따라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심의 흔적이 역력한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사회통념상 합리적'일 것의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정 간 합리성의 정도를 놓고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과거 판례에 비춰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 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여부 △노동조합 등과 충분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세부항목 모두 해석의 여지가 많다. 특히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노력'은 노사정 모두의 해석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부는 사용자가 협의 노력을 했지만 노조가 대안 제시도 없이 논의를 거부하는 등 동의권한을 남용하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그대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현장에 그대로 대입한다면 노측은 사측의 교섭태도를 문제삼을 수밖에 없고 사측은 노측의 논의 거부를 문제삼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대로 추진하면 거의 모든 현장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변경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항목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합리적 수준의 감액으로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경우에는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인데 이 또한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시도를 실력으로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공청회 불참은 물론 공청회 자체를 원천 봉쇄해 무산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