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한달만의 조정재개, 하단은?

코스피가 다시 한 달만에 조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다시 불거진 데다 엔화약세로 인한 수출주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다시 2100을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이달 초 장중저점인 2060선, 종가기준 저점인 2080선을 밑돌 정도로 조정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적 등 펀더멘털 요인이 과거에 비해 개선된 점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7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38.54포인트(1.8%) 내린 2104.96을 기록하고 있다. 전일 2143.50에 종가를 형성했던 코스피는 하루만에 40포인트 가까이 밀렸다. 현재 수준에서 종가가 형성될 경우 코스피는 지난해 1월 이후 1년4개월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달 하순 217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이달 초순 장중 2067.99까지 밀리는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유동성위축 우려가 불거지면서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증시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진 탓이다. 이달 들어 국채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코스피도 2140선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전주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를 예고하며 다시 미국발 유동성 위축우려가 커졌고 코스피는 재차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인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619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 1월하순 이후 4개월만에 순매도규모가 가장 크다.


엔화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코스피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엔/달러환율이 7년10개월래 최고치인 123엔을 상승돌파(엔화약세)한 점은 일본과 글로벌시장 경합도가 높은 한국 수출대형주 채산성 악화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가 6개월만에 다시 SK하이닉스에 시총2위 자리를 내준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관건은 조정이 언제,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초 저점 이하로 밀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하지만 이에 대한 방어력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14년에도 미국의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로 신흥국시장이 큰 폭의 출렁임을 보인 바 있고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최근 2년간 신흥시장에 속한 국가들이 유류보조금 폐지, 과도한 복지폐지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요인 등을 대거 덜어냈고 자본유출 방어책을 대거 마련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신흥시장 리스크를 말해주는 각종지표들이 과거에 비해 안정된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부분"이라며 "코스피도 이달 초 저점인 2060선 아래로 밀릴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또 "내달 초 ECB(유럽중앙은행) 회의, 내달 17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을 거치며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개선에 따른 금리인상은 결국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시장은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상장사들의 펀더멘털이 과거에 비해 강화된 점도 조정에 대한 방어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로 꼽힌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으로 코스피가 2080~2100선까지 다시 밀릴 수 있지만 6월로 접어들면서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상장사 이익모멘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조정이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환율에 대한 우려 역시 실제 국내 상장사 실적에 미치는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현재의 원/달러환율은 1080~1100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현재의 변동은 어디까지나 균형환율 범위에서의 움직임일 뿐"이라며 "현재의 환율수준은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훼손시키거나 기업실적을 악화시키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재의 조정을 대형주에 대한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는 목소리들이 제기되고 있다. 교보증권의 김 팀장은 화학·정유 등 소재관련 산업에 대한 저가매수 전략을 권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낮은 밸류에이션에 따른 매력이 발생한 대형주, 증권업종 등에 대한 저가매수 전략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