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철수"…국토부 공공기관 '군살빼기' 나선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한국감정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 주요 업무에서 철수하는 등 기능 조정에 나선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업무 연관성이 낮은 출자회사를 정리한다.

정부는 부채가 많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특성상 이번 기능조정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인력 재조정 과정에서 갈등이 유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27일 의결한 ‘공공기관 3대 분야 기능조정 추진방안’에 따르면 감정원은 모든 감정평가 업무에서 배제된다. 이는 2008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안’에 포함되는 등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매번 무산됐었다. 이 과정에서 감정원이 ‘선수와 심판을 겸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감정원은 앞으로 관련법 통과와 함께 감정평가업자로서의 지위가 배제된다. 대신 부동산 조사와 통계 등 공적기능에 집중한다.

부동산공시의 경우에도 공시지가 조사와 평가는 민간 감정평가업자가 전담한다. 다만 표준지 공시지가는 공공성을 감안해 감정원 업무로 남는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조사와 산정은 이번에 새롭게 감정원의 업무에 추가됐다.


감정원의 기능조정으로 408억8900만원 규모의 감정평가 업무가 민간으로 넘어간다. 감정원은 국토부가 의뢰할 경우 민간에서 수행한 감정평가에 대해 타당성조사를 하게 된다.

민간과 경쟁해왔던 감정원은 감정평가 업무 이양으로 기관명칭 변경도 불가피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원의 기능전환에 따라 추후에 기관명칭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H도 그동안 민간과 경쟁해왔던 60㎡ 초과 중대형 주택분양시장에서 철수한다. LH는 앞으로 민간참여가 저조한 60㎡ 이하 소형주택 공급만 맡는다. LH에서 위탁해왔던 임대주택 관리업무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한다.

LH는 앞으로 전국 조직을 활용해 주거급여 전달체계의 핵심역할을 맡는 등 주거 종합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계열사에서 민간부문과 경쟁해왔던 부문도 철수가 확정됐다. 코레일유통은 온라인쇼핑몰 사업에서 철수하고 코레일네트웍스의 외부주차장과 레스토랑도 운영 계약이 끝나면 사업을 종료한다.

코레일테크의 테마파크 운영기능은 코레일관광개발로 이관된다. 코레일의 철도차량정비와 시설 유지보수 아웃소싱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코레일 물류부문에 대한 개편도 이뤄진다. 코레일의 물류 분야는 30여개 거점역을 중심으로 장거리·대량수송 구조로 전환된다. 전국의 127개 화물역은 등 80개로 통·폐합된다.

이 과정에서 2017년까지 물류 적자의 20%를 감축하고 2020년에 흑자전환할 계획이다. 코레일의 물류부문 적자는 2499억원 수준이다.

이밖에 △한국수자원공사의 청정에너지 투자규모 축소 △대한지적공사의 지방자치단체 상주인력 철수 △한국철도시설공단 고속철도 건설인력의 일반철도 분야 인력 재배치 △한국도로공사의 민자도로 유지관리 참여 제한, 태양광과 광고 등 지분투자 중단 △교통안전공단의 초·경량 항공기 인증업무 항공안전기술원 이관 등도 확정됐다.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으로 인력재배치가 불가피했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고용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며 “새로운 추가된 기능과 아웃소싱하는 부분이 상계되면서 인력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확정된 공공기관 기능조정 추진방안과 관련해 다음달 초까지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