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도 못막은 수미칩…기업가치는 질보다 양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꿩 대신 닭'인 줄 알았던 '미투(me too) 제품'들의 열풍이 거세다. 물량 조달 등 기업 경영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농심 등 '패스트팔로워'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평가다.

허니버터칩은 지난해 8월 출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엇다. 품귀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허니버터칩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문화가 생겼을 정도. 이에 농심 등 경쟁사들은 연달아 유사제품을 내놓았다.

허니버터칩을 앞세운 해태제과는 쏠쏠한 효과를 거뒀다. 지난 1분기 17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것이다. 해태제과의 모회사 크라운제과는 올해에만 19만1000원에서 45만9500원으로 2.4배 급등했다.

농심수미칩허니머스타드

하지만 오히려 경쟁사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도 나왔다. 1분기 농심의 스낵 매출은 15.3% 증가한 96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미칩 허니머스타드(허니버터칩 미투 제품)이 차지하는 금액이 130억원이다. 단일 스낵 제품 매출 1위는 허니버터칩이 아닌 수미칩이었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농심 주가는 올해 들어 12.6% 상승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원활하게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 파워'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품귀현상을 빚으며 고질적인 물량 부족에 시달렸던 허니버터칩의 빈자리를 공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허니버터칩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찾았다가 수미칩 등 미투 제품을 구매한 사례가 많다는 전언이다.

최근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순하리의 물량 조절 틈을 타 무학 (5,080원 0.00%)의 '좋은데이 과일소주 3종'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지난 3월20일 출시된 순하리는 출시 40일 간 150만병이 팔렸고, 현재까지 1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출시하자마자 전국적인 물량공세에 나선 좋은데이는 일주일 만에 200만병을 팔아 치웠다. 초반 기세를 보면 '꿩보다 닭'이 앞선 셈이다. 한 달 새 무학의 주가는 13.8%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