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리가 뭐길래"..소주업종 증시서도 '취했다'

주류업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는 '순하리 처음처럼'(이하 순하리) 효과가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순하리 열풍에 도수가 비교적 낮은 칵테일 소주가 인기를 끌며 소주 및 주정업종의 주가가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27일 증시에서 롯데칠성 (127,200원 ▼300 -0.24%)은 전일대비 3만6000원(1.42%) 내린 25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약세를 나타냈지만 올해 주가 상승률은 27일 종가 기준 68.6%에 달한다. 특히 순하리를 출시한 3월 중순이 지나 4월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이달 19일에는 장중 299만원까지 치솟으며 300만원 고지를 넘보기도 했다. 299만원은 최근 5년간 롯데칠성 주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롯데칠성의 급등세는 순하리가 견인했다. 순하리는 알코올 도수 14도의 유자맛 소주다. 칵테일 소주로 분류된다. 지난 3월 중순 부산 및 경남 지역에 출시한 이후 한 달 만에 150만병, 두 달 만에 1000만병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며 시장에선 품귀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다. 시장에선 허니버터칩 출시 초기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순하리가 불티나듯 팔려나가며 롯데칠성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21일부터 순하리가 서울 및 수도권 시장에도 진출한 만큼 전국적인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롯데칠성은 순하리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처음처럼 소주의 생산을 줄이고 순하리의 생산을 늘리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스낵 시장의 허니버터칩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소주 시장에 적용할 경우 순하리 연 매출액이 1440억~19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소주산업의 수익성 10%를 적용하면 144억~195억원의 영업이익이 추가로 창출될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순하리 효과 등으로 올해 롯데칠성 소주사업 매출액은 4000억원, 영업이익은 480억원으로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롯데칠성 소주사업 매출액은 3500억원, 영업이익은 350억원으로 추정된다.


순하리의 인기는 소주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순하리 인기를 지켜본 무학 (5,070원 ▼20 -0.39%)은 이달 13.5도의 과실 소주 '좋은데이' 3종을 출시했다. 3종은 각각 유자맛, 블루베리맛, 석류맛이다. 좋은데이 3종 세트 역시 출시 일주일 만에 200만병이 판매되며 인기몰이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좋은데이 3종이 분기 기준 600만병이 팔린다고 가정할 경우 무학의 분기 소주 매출액이 4% 추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칵테일 소주의 경우 기존 소주 시장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비교적 독하지 않은 맛과 낮은 알코올 도수 때문에 맥주, 막걸리 등 다른 주류를 대체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소주 업계 전반적으로 칵테일 소주 효과가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힘입어 진로발효 (14,290원 0.00%), 창해에탄올 (9,110원 ▲10 +0.11%) 등 주정 기업의 올해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복분자 등 과실주와 소주 등을 생산하는 보해양조 (484원 ▼4 -0.82%) 역시 저도수 소주 신제품이 호평을 받으며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순하리가 창출한 소주칵테일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경우 선두주자 위치를 자리매김한 롯데칠성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하이트진로까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소주칵테일은 소주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소주 원료인 주정업체까지도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