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우증권 ELS 소송서 투자자 손 들어줘…첫 판단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 상환기일 종가 결정 무렵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 종가를 하락시켜 상환조건 성취가 무산되게 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약정한 ELS 상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ELS는 만기일에 주가나 지수가 미리 정했던 수준 이상이면 수익을 내지만 반대라면 원금과 수익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는 금융상품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대우증권의 ELS 가입자 윤모씨 등 3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1억1000만원 규모의 약정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증권사는 투자자와의 사이에서 이해 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해 상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투자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사가 ELS를 판매한 경우에는 위험회피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기, 방법 등에 비춰 합리성이 인정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공정한 가격형성에 영향을 끼쳐 조건의 성취를 방해해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우증권은 조기상환 평가일에 ELS 기초자산인 삼성SDI의 주가가 주당 10만8500원 이상을 기록하면 연9%의 수익률로 투자자에게 조기 상환하는 3년 만기 ELS를 2005년 발행했다. 윤씨 등은 이에 투자했지만 같은해 11월16일 조기상환 평가일에 대우증권이 해당 종목을 대량 매도한 탓에 10만8000원으로 마감,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해당 ELS는 결국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약 30%의 투자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윤씨 등은 2009년 8월 대우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윤씨 등이 ELS 만기상환금을 수령하고 나서 소송을 청구했다"며 "만기상환으로 ELS와 관련한 법률 관계가 종료됐기 때문에 중도상환금을 돌려 달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델타헤지는 ELS 발행의 전제 조건으로 보편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자산운용 건전성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우증권의 헤지거래로 인해 삼성SDI 보통주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쳐 중도 상환조건이 성취되지 못했더라도 신의성실에 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델타헤지란 델타값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는 주문을 하는 것을 뜻한다. 델타값은 주식 등을 포함한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라 옵션가격이 얼마난 변동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따라서 증권사 등은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 연동된 금융파생상품의 가격 변화로 파생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델타헤지를 사용한다.

한편 이같은 원심 판결을 깨고 증권사가 ELS 상환 기준일에 기초자산 종가에 영향을 줘 상환조건의 성취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한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추후 ELS 상환기준일 주식 대량매도 사건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증권사와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 증권사는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최초로 선언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