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대테러 훈련' 1400여명이 순식간에 건물밖으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대테러 비상대피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준 덕에 지난해보다 5분 이상 단축할 수 있었어요."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63빌딩에서 '대테러 비상대피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직원 수천명이 20여분만에 건물을 빠져나가는 장관이 연출됐다.

영등포경찰서와 한화생명 측은 2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스퀘어(63빌딩)에서 22개 입주사 직원 1450여명을 대상으로 대테러 비상대피훈련을 진행했다. 경찰병력 106명과 군인, 소방관 등 모두 137명이 참여했다.

오전 10시 "63빌딩 11층 사무실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왔다는 가정 아래 훈련은 시작됐다. 테러 신고를 받은 63빌딩 측은 오전 10시10분부터 방송을 통해 입주사 직원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피난 안전 유도원으로 지정받은 직원들은 형광색 조끼를 차림으로 안내봉을 흔들면서 "입과 코를 가리고 이동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들은 안내에 따라 저층부(2~20층)와 중층부(21~39층), 고층부(40~60층) 순으로 신속하게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건물 밖에서도 지정된 집결지에 모이며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훈련에는 입주사 직원 외에도 청소 용역업체 직원들과 로비 안내데스크 직원들까지 참여했다.

훈련 시작 26분만인 오전 10시36분. 고층부 인원 470명의 대피를 끝으로 1450여명 전원 피난에 성공했다. 이후 경찰 폭발물처리반(EOD) 소속 군견 2마리의 폭발물 탐지 시연과 폭발물처리반의 처리 시연을 마지막으로 훈련은 종료됐다.

한편 이날 훈련에는 지하층과 고층 식당가 등 일부 상점이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지하 의류 판매점 직원 A씨(55·여)는 "오늘 테러 훈련을 한다는 말 자체를 듣지 못했다"며 어리둥절했다.

직원 뿐 아니라 방문객들도 이날 훈련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원생들과 함께 63씨월드(수족관)을 유치원 교사 B씨(31·여)는 "실제 테러가 발생한다면 직원들만 위험한 건 아니지 않나"며 "아이들이 대피 훈련 중 다칠까 걱정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훈련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화재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엘리베이터를 담당하던 경비업체 직원은 "일부 VIP들이 화재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화재 전용 엘리베이터는 화재 발생 시 작동되는 것으로 고층부 화재 진압과 구조를 위해 소방 인력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다.

이에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날은 11층에서 있었던 폭발물 확인 시연 때문에 소방인력 외 다른 인원에도 엘리베이터 사용을 허가했다"며 "폭발물 처리반 등을 안내 하기 위해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