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은' 與-野 통신비 경감대책…'통신포퓰리즘'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계통신비 인하 추진 방안 발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자리에서 가계통신비 절감대책으로 기본료를 폐지해야 하고 휴대폰 가격인하와 공공 와이파이(WiFi) 확대 등을 통해 요금인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5.5.27/뉴스1

통신 3사가 월 2만9900원부터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앞다퉈 출시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압박은 오히려 거세질 조짐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통신비 인하'를 앞세운 포퓰리즘 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조건 깍겠다'는 野 vS '관제 시장 만들겠다'는 정부·與


새정치민주연합은 27일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기본료 폐지 등을 골자로 내세운 가계통신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시한 가계통신비 경감대책은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 △이동통신사간 와이파이 상호접속 허용 △공공 와이파이 확대 △보조금 분리 공시제 등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기본요금 폐지안의 경우, 통신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전체 이동전화 기본료가 폐지된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은 전체 7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추산. 작년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전체 2조10000억원인 점을 감안할 경우, 5조4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단말기 지원금·서비스 폐지는 물론 망 투자 축소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28일 당정협의를 갖고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와 △제4이동통신사 선정방침 등을 골자로 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시장에 진입시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시장 경쟁을 촉진시켜 자연스럽게 가계통신비를 끌어 내리겠다는 복안이라는 점에서 '인위적 요금 통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야당과 차기가 분명하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 다 보면 시장 논리보다는 이마저 시장 통제 정책에 가깝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24년 만에 요금 인가제를 폐지키로 했다. 요금 인가제는 그간 정부가 후발 사업자 보호를 위해 유지해왔던 통신시장 유효 경쟁(비대칭 규제) 정책의 근간이다. 때문에 통신 시장도 자율 경쟁 체제로 진입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가제 폐지와 함께 경쟁촉진 방안의 양대 축인 '제4이동통신 진입' 정책은 반대로 또 다른 유효 경쟁 체제의 서막이다. 로밍 의무화, 상호접속료 차등 등 신규 사업자에 부여되는 지원 정책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포화된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안착하려면 향후 수년간 각종 특혜가 보장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이동통신 시장 뿐 아니라 알뜰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제4이동통신 선정과정이 투전판 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 발표를 앞두고 벌써부터 확인되지 않는 특정기업 내정설이 시중에 떠도는 등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만들었나? 데이터중심요금제 '신경전'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한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두고도 여야간 자신들의 성과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날 논평을 내고 "(데이터중심요금제)는 새정치연합 미래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및 가계통신비인하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에서 끊임없이 정책 제안과 노력을 거듭해온 결과이며, 당시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업의 수익 악화만을 우려해 반대입장을 견지했다"며 정부, 여당을 비꼬았다. 앞서 정부 여당은 SK텔레콤이 데이터중심요금제가 출시된 20일 "박근혜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의 핵심과제였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ICT계 원로는 "휴대전화가 국민들의 일상 필수품이라는 점에서 통신비가 주요 민생 현안인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경제·산업 관점에서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에 미칠 영향이 전제되지 않은 대책은 포퓰리즘 발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통신경쟁 촉진방안에 대해서도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고 아예 정부가 시장경쟁 판을 다시 짜는 것은 통신시장을 아예 관제화 하겠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