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모임' 원천 불허한 김상곤…곳곳이 지뢰밭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계파갈등봉합이라는 묵힌 숙제를 풀어야하는 김상곤 신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계파모임 원천봉쇄'라는 강수를 앞세워 당내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권한의 한계로 인해 김 위원장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장 인준을 받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혁신위원회의 활동 기간 중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 체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친노(친 노무현) 대 비노' 프레임을 인선 직후부터 단호하게 배척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당내 계파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개혁 동력이 떨어졌고, 문 대표가 추진해 온 '서민 지갑을 지키는 경제정당' 이미지도 옅어졌다.

계파척결 배수진을 친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야당 고질병인 계파주의 청산을 이뤄낼 지는 미지수다. 당장 김 위원장이 가진 권한에 한계가 있어서다.

우선 현재 문 대표가 쥐고 있는 당내 인선 권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지 명확치 않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혁신기구에 △공천 △인사쇄신 △당무혁신 등 당 쇄신과 관련된 현안을 넘겨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선언적 내용일 뿐 구체적 권한 범위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날 양승조 사무총장과 강기정 정책위의장 등 9명의 당직자들이 일괄 사표를 내면서 당장 새로운 당직자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권한이 드러난 혁신위원회 위원이나 공석이 된 당직자들을 대체할 인물을 선임하기 어려운 여건도 부담이다. 20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다보니 의원들은 당직을 맡기보다 지역구 관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비노측으로부터 '친노 패권주의'로 공격을 받고 있어 친노측 인사를 중용하기도 어렵다.

공천 혁신의 역할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1년을 앞두고 지난 4월 이미 당 공천혁신추진단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

당시 원혜영 추진단장은 당 대표 권한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규모를 30%에서 20%로 축소하고, 선거인단의 국민 대 권리당원 비율을 5대 5에서 6대 4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또 오픈프라이머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 대표의 당대표 공약에 따라 이뤄진 만큼 이를 뒤집기에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새정치연합 한 초선 의원은 "당직인선과 공천권이 혁신을 위한 주요 권한이라고 본다면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특히 국민들의 감동을 얻으려면 공천 혁신이 필요한데 혁신위원회의 활동기한이 내년까지 보장될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한 당 지도부의 무게감도 예전만 못하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와 정청래 최고위원의 당직자격정지 결정으로 5분의 2가 공석이다. 당직자 대거 사퇴로 인한 당무 마비의 2중고가 따른다.

반면 비노측의 경계심은 여전하다. 당 지도부의 혁신 노력에 곧바로 반기를 드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새지만 비노측 강경파 사이에선 김상곤 무용론이 흘러나온다.

비노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도 문대표와 패권세력의 영향력 안에 있기 때문에 혁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