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지역대표성 보완책 마련해야"…野 "의원정수 늘려야"(종합)

(서울=뉴스1) 김현 기자,이정우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구 획정기준 등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15.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7일 개최한 선거구획정 기준 등에 관한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헌법재판소가 기존 '3대1'인 선거구 인구편차를 '2대1 이하'로 바꾸라고 결정한 데 따라 농어촌 지역의 의석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대표성 보완책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쏟아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지역대표성 보완책과 연동돼 전체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김상훈 의원은 "헌재의 결정은 인구등가성을 앞세워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법적 가치만 고려한 게 아닌가 해서 아쉽다"며 "지금 지역은 피폐화되는데 수도권은 계속 (인구가) 몰리는 상황에 표의 등가성을 기준으로 결정한 자체는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비례대표제로 지역대표성 문제를 해소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총원 300석에서 비례대표를 60석으로 결정하고, 그 비례대표를 활용해 지역대표성 약화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에 공감한다"고 밝혔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역대표성 문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보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가 평소 지론이고 소신"이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제가 보름에 걸쳐 선거구획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지역구 의석이 10여석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용인하지 않으면 헌재결정의 취지에 따른 선거구 획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 획정의 결과물로서 국회의원 정수문제를 자연스레 논의할 수 있도록 터놓는 것이 바람직한 선거구 획정을 하는데 첩경이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김상희 의원도 "선거구획정을 하는데 있어 선거제도 문제와 의원정수 문제는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20만명당 국회의원 1인, 지역구와 비례는 3대1 등의 원칙을 정해놓고 인구수에 비례해 약간씩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것을 법으로 명확히 하는 게 정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유인태 의원 역시 "표를 먹고 사는 의원들은 몰라도 한 나라의 기관이라면 국민여론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술인들은 대체로 선거구 획정시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엄격히 적용하되 농어촌 지역 의석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데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술인들 가운데에선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이를 위해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대규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우리 헌법은 일반적 평등조항을 두고 있는 이외에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평등선거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어 선거구 획정에 있어 투표가치의 평등 실현은 직접적인 헌법적 요청"이라며 "입법자로선 인구편차의 허용한계를 최대한 엄격하게 설정함으로써 투표가치의 평등을 관철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혁재 수원시장연구원장은 "지금은 인구상하한선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보니 사법부의 판례가 주요기준이 돼 왔다"며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근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도 "현재로선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달리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정할 순 없으므로 헌재의 결정내용을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구편차 허용기준만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농어촌 지역의 의석수가 감소되는 만큼 지역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손 원장은 "전국 인구수 대비 시도별로 국회의원 선거구수를 우선 할당해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허용한계 기준(2대1)에 따라 획정할 경우 문제는 인구대표성은 강화되지만 지역대표성은 약화된다는 점"이라며 "유권자간 표의 등가성도 중요하지만 지역간 균등한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인구 상·하한선에 근접한 지역구의 경우 인구수의 기계적인 적용이 아닌 행정구역, 지리적 인접성, 면적 등을 탄력적으로 고려하는 방법을 사전에 선거법 규정으로 명시해야 인구대표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소된 지역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고 공정성을 빌미로 한 정치적 다툼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진장철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선거구획정에 정치적 고려가 있어야 하고,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선거구획정에 면적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실장은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하는 경우 도시지역보다 농촌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으로 예상돼 위헌 가능성을 해소하면서도 농촌 지역을 배려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농촌지역 배려는 현행과 같이 선거구획정위에 (논의를) 맡기거나, 도지역에 기본의석 배려 또는 인구비례할당시 농촌지역에 가중치 부여 등 시·도의 지역구의원 정수를 법률로 정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구수 산정기준일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 실장은 "인구기준일은 현행 지역구의 분구 또는 통합의 판단 기준일이라고 할 수 있고, 인구기준일을 언제로 하느냐에 따라 선거구 조정대상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선거구획정위가 정하도록 하기 보다는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현재 인구수 산정일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고 최근의 통계라는 규정만 있어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선거구획정위 활동의 법정 종료일 3개월 전의 인구수가 획정의 기준일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원정수를 늘리는 문제를 두고서 의견이 엇갈렸다. 손 원장은 "의원정수 문제에 대한 전향적 검토도 필요하다. 복잡 다원화된 사회에서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위해선 의원정수가 늘어나야 한다"며 "선거법에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명시해 놓으면 허용한계와 인구의 증감에 따라 국회 의석 수가 연동될 것이므로 의석수를 놓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거나 하는 일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교수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여타 선진 의회정치 국가들에 비해 국회의원의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 여론상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일반 국민들의 잣대로 볼 때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의 질적 생산성은 미약하다고 평가받는 점을 고려할 때 의원정수의 증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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