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붕괴' 학교밖 청소년 방치하는 무책임한 사회

지난달 26일 오후 4시쯤 서울 북부지역 한 공중 화장실. 16살 A양은 15살 B양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두 차례 때렸습니다. 그리고 B양의 머리를 그대로 변기 물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달 8일 오후 4시쯤. A양은 B양을 다시 인적이 드문 곳으로 불러내 폭행했습니다. 집 근처로 데려가 다시 뺨을 4~5차례 더 때렸습니다. 지난번에 때린 것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입니다. 법정형이 최소 징역 10년인 보복폭행입니다.

A양은 지난 8일 오후 7시쯤에는 서울 한 지하철 인근 골목에서 평소 자신을 험담하고 다녔다는 이유로 C양의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A양은 악질 범죄에 익숙한 비행 청소년입니다.

A양은 이른바 '학교밖 청소년'입니다. 중학교 2학년때 할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대안학교로 전학을 갔다가 일반 중학교로 다시 옮기려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A양과 B양의 악연도 A양이 겪은 성폭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재판에 B양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B양은 "제가 없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 모르겠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가해자는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B양이 법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A양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까지 같이 소문이 나버렸습니다. A양은 "B양이 자신이 성폭행 당한 것에 대해 떠들고 다닌다"고 앙심을 품고 폭행을 가했습니다.

실제 소문이 어디서 난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A양은 집을 나와 가출상태로 지내다가 현재는 혈육관계가 아닌 한 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A양을 받아주기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A양은 죄가 무엇인지도 잘 모릅니다. A양은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합니다. "너 신고한 사람한테 보복 폭행하는 건 적용 법률이 다르다. 1년 살 걸 10년 살 수도 있다"는 수사관의 말에는 그저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계속 추락합니다. B양, C양 등 A양이 평소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도 아버지가 십수년전 암으로 돌아가셔 없거나 부모님이 이혼하는 등 가정이 붕괴된 상태라고 합니다. 가출을 밥 먹 듯 한다고 합니다. 온전한 가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마음 한켠에 떠오른 질문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A양은 왜 그렇게 됐을까."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사회적 안전망이 너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회에서 가정이 무너진 청소년이 기댈 곳은 없다고 합니다.

또 다른 수사관도 비슷한 애기를 합니다. "그냥 들으면 맞은 애가 제일 불쌍하다. 근데 따지고 보면 때린 애들도 다 불쌍한 애들이다. 부모가 문제고 사회가 문제다. 애들이 무슨 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