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퇴직연금 불공정영업에 칼뺀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시장 질서확립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최근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정부의 퇴직연금정책은 가입자 유치에 방점이 찍혀 사업자에 대한 제재는 다소 느슨했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자 영업행위 규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퇴직연금 시장 질서확립'을 과제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2005년 제도도입이후 지난해 말기준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이 107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양적인 면에서 급성장했으나 운영상에서는 문제점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사업자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거나 계열사와의 계약시 불공정 영업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큰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있다.

이에 △ 제살깎기식 고금리 과당경쟁 △ 꺾기 등 불공정 계약 △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 △ 계열사 몰아주기 △ 퇴직연금 관련 리스크관리실태 등을 이달중 중점 점검한뒤 이를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내달께 퇴직연금 시장의 적폐해소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부터 근로자 300인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가 추진되는 만큼 최근 퇴직연금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면서 "과거 퇴직연금 제도 시행초기에 벌어졌던 고금리 과당경쟁과 꺾기 등 불공정 계약행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금융혁신국을 중심으로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업권별 대규모 사업자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영업, 서비스 실태 등을 점검해왔다. 그동안 퇴직연금 감독은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이 맡고 실제 검사는 개별 업권검사국이 맡는 구조였다. 그러나 검사업무는 개별 검사국내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질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개혁과제를 담당하는 금융혁신국이 나섬에따라 '연금시장 질서잡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있다. 가령 금융사가 대출을 조건으로 자사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의 경우 음성적으로 이뤄지는데다 실질적인 불공정 영업행위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연금사업자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고객에 대해 차별에 나서는 것 역시 입증이 쉽지않다. 삼성생명이나 HMC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계열사 몰아주기 역시 실제로는 비금융그룹사 계열 연금사업자가 그룹사 자금을 몰아받는 것으로 실질 규율대상이 그룹 계열사들인 만큼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이에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 몰아주기 등 현실적으로 금감원이 맡기 어려운 부분은 실태조사 뒤 고용부와 협업을 통해 해법을 찾아갈 것"이라면서 "몰아주기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부당한 업무처리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