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핀테크 100조 돌파…한국은 규제 발목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중국 알리바바는 핀테크(금융+정보기술) 분야에 진출해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2013년 국유 기업 텐홍과 손잡고 출시한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를 통해서다.

자사 전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의 잔액을 운용해주는 재테크 펀드 상품으로 시작된 위어바오의 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789억3600만 위안(약 102조9700 억원)이며 가입자 수는 1억8500만 명에 달했다.


알리바바그룹 계열 금융 자회사인 마이진푸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은행 업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향후 '지수 연동 펀드' 운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알리페이의 경우도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 7780억 달러(4조 8000억 위안) 규모의 결제를 처리했다. 알리페이는 하루 100억 건 이상의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비슷한 '독신자의 날'(11월11일) 연례 세일 기간에는 분당 285만 건의 결제를 처리했고 전체 결제의 54%는 모바일 기기로 이루어졌다.

알리바바가 핀테크에 적극 뛰어들면서 기존 금융 산업을 흔들고 있다. 100개가 넘는 중국의 증권사가 지난 수십 년 간 개설한 7000만 개의 계좌 건수보다 훨씬 많은 계좌를 단 1년 만에 만든 변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답은 고객에 있다. 기존 금융 산업은 '좋은 상품을 잘 만들면 팔린다'는 공급자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봤다. 반대로 알리바바는 속도 있게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인지하고 대응했다. 소비자를 중심에 둔 것이다.

중국에는 특별히 핀테크 관련 규제가 없는 환경도 작용했다. 중국은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규제를 만든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것이다. 국내 IT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도 금산분리 규제, 유사수신행위법, 대부업법 등으로 국내 핀테크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크라우드펀딩 법안이 계류 중이며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핀테크 선진국 영국과 미국,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더욱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금융 산업이나 정부에서 바라보는 금융과 핀테크 산업에서 바라보는 금융은 동일할 수 없다. 핀테크와 금융이 한 점에서 만난다면 금융 산업은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인 고객에게 훨씬 더 많은 편리함과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작은 변화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또 다른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속도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