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55점 체대 중퇴생,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회계사되다

/사진제공= 경기e조은뉴스(위클리조은뉴스·방송)

‘중학교시절 반 전체 50명 중 20등, 고등학교시절 50명중 40등, 첫 수학능력시험 400만점에 155점….’


고등학교 때까지 죽도록 당구만 쳤다는 이 사람의 그 후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국내에서라면 십중팔구 변변한 직장구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법전문가로 활동중인 앤디 리(이종덕, 36)씨의 이야기다. 적어도 우리 기준에서 그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말그대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셈이다.

그의 삶이 첫 번째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01년말. 여기엔 뜻밖의 매우 유명한 인물이 등장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던 박찬호 선수다. 당시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총 6500만달러에 계약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환율로 5년 85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 계약의 성사에는 스캇 보라스라는 스포츠 에이전트가 있었고, 공개되진 않았지만 보라스는 이 계약에 따른 커미션으로 5년간 대략 40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운동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앤디 리는 보라스와 같은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꿨고, 무작정 미국행을 결심했다. 재수 후 입학한 한국체육대학을 중퇴하고, 2002년 5월 미국에 건너가 영어연수를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성공한 스포츠 에이전트는 대부분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영어도 잘 못하는 그에게 언감생신 미국 변호사라니. 그는 이대로 꿈을 접어야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때 두 번째 전환점이 찾아왔다. 우연히 접하게 된 회계학에 한마디로 제대로 '꽂혔던' 것이다. 회계에 눈 뜬 그는 2003년 아메리칸 리버 컬리지라는 전문대에 입학했고, 2005년 UC 데이비스로 학교를 옮겨 경영경제학을 전공했다. 2007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그는 세무회계회사인 로우보텀앤컴퍼니(Rowbotham & Company LLP)로부터 취업 통보를 받았다.

6년간 미국에서 홀로 공부하고, 취업에도 성공한 만큼 '이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08년 7월 불운하게도 취업비자 추첨에서 탈락하면서 6개월 만에 회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나이 서른 살 때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결국 골든게이트대학에서 회계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미국공인회계사(CPA) 시험에 도전, 4개월만에 당당히 합격했다. 덕분에 2010년에는 다시 회사에 재취업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세금전문가로 자리를 잡은 그는 "실리콘밸리에 저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이 자리에 서게됐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요즘 많이 하는 LOL(리그오브레전드) 게임에는 120여개의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저는 초반엔 미흡하지만, 후반에 강한 캐릭터다. 우리 젊은이들도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했으면 한다. 초반형이라면 더 열심히 해서 스노우볼을 굴리고, 후반형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도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