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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창조경제 시대의 어떤 파산

<25> 팬택이 '좀비기업'과 다른 이유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 부장 |입력 : 2015.05.30 06:38|조회 : 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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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창조경제 시대의 어떤 파산
팬택이 ‘희망고문’을 스스로 중단했다. 채권단과 법원이 판단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마지막 선을 정했다. “3개월, 한 달, 20일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1800명의 직원 중 퇴사한 직원은 600명. 남은 직원들이 월급을 반납하고 순환 휴직을 한 지 10개월이다. 그래도 500명 정도 출근했는데 지난달에는 100명 나왔다.

임원 하나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혈압이 200까지 올랐던 그 날, 그는 직원들과 한 약속을 까맣게 잊고 ‘오늘이 며칠이냐’를 수십 번도 더 물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신속하게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비극적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아직도 그에게 그날 몇 시간은 기억에 없다.

외고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아버지 회사 상황을 알고 해외로 가는 체험학습을 알아서 포기했다. 담임선생님은 집에 무슨 일 있느냐고 엄마에게 전화해왔다.

파산을 앞둔, 아니 이미 파산인 그들의 사연이 이 정도밖에 없을 리 없다. 직원 1200 명, 협력사 400여 개. 딸린 식구까지 하면 수십 만여 명이 겪고 있는 일에 세상은 관심이 없다.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일은 지금보다 더 할 것이다.

주변에 조기 퇴직자, 심지어 해고자들이 넘친다. 잘 나가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 닫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니 냉정하게 보면 팬택만 겪는 일도 아니고, 그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쉽게 수긍해서 안될 거 같다. 그들의 하소연처럼 정말 그들만의 책임만일까. "방만하게 경영한 것도,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왜"라는 그들의 한탄이 쉽게 떠나지 않는다. 파산 앞에 분란이 일어나기는커녕 팀장이상은 모두 사표를 쓰고, 나머지 직원들도 이후 거취를 일임하는 각서를 쓰며 새 주인 찾기에 애쓰는 사람들 모습도 사라지지 않는다.

상황은 또 미묘하다.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이동통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대로라면 연말 경, 새로운 통신사업자 선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은 통신사의 돈을 앞세운 마케팅 전쟁을 막았다. 달라진 요금구조와 요금경쟁 앞에서 ‘알뜰폰’을 찾는 소비자 비중도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이라는 미래 시장을 두고 모든 진영이 희망을 찾고 있다.

팬택은 제조사다. 무엇을 만들 기술과 특허가 있다. 파워 브랜드로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에 버틸 재간이 없어 지금에 처했지만, 이처럼 변화하는 IT 시장에서 시간을 벌 그 틈새는 정말 없을까.

지역별로 수천 억 원씩 투자해 세워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1개에 이르렀다. 일자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이다.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창업을 지원한다. 대·중·소 상생, 사회공헌, 현 정부가 나서 대기업을 압박하며 만들어진 산업의 듣기 좋은 '키워드'가 넘쳐난다.

정부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지만, 괜히 야속하다. 자원외교로 수십조씩 허공에 세금을 날리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가능성 없는 기업임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은 또 얼마나 많은가.

팬택에 대해 좀 더 심혈을 기울여 고민하고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정말 무가치한 일일까. 팬택의 상황이 매칭될 수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없는 것인지, 채권단은 제책임을 다했는지, 새 주인 찾기가 실패한 이후의 차선은 전혀 없는 건지, 대책 없는 질문이 자꾸 터져 나온다.

법원이 팬택 파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시점은 6월 20일 전후로 점쳐진다. 팬택의 김포공장은 지금도 돌아가고, 시한부 목숨의 마지막을 두고 그들은 제 할일을 하고 있다.

지난 24년 여러 부침 속에서도 버텨오며 '신화'를 써온 어떤 기업의 '파산'이 하필이면 창조경제 시대라는 게 더 허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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