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서 드론 띄웠다가 헬기 출동까지…

비행중인 드론 / 사진제공=드론플레이( http://cafe.naver.com/dronplay)

#가상사례1 30대 회사원 이동우씨(가명)는 페이스북에 접속했다가 타임라인에 올라온 해외 동영상을 보게 됐다. 동영상 속 인물은 무인기(드론)를 들어 부메랑처럼 날리고는 곧이어 자전거에 올라 달렸다.

하늘로 치솟은 드론은 곧바로 균형을 잡고 내장된 카메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인물을 따라가며 부감샷(하늘에서 내려찍는 것)을 촬영했다. 손목의 GPS와 드론이 연동돼 자전거가 어디로 가더라도 드론은 따라 다니며 멋진 장면을 찍어냈다.


동영상을 보던 이씨는 "멋진데"라며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수십만원에 달하는 드론을 구매했다. 드론을 받은 이씨는 드론을 날려보려고 했지만 정작 비행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의 복잡한 절차가 걸린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SNS시대 글로벌 핫 아이템 '드론'

드론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유튜브 덕분에 전 세계 인류가 거의 동시에 하나의 아이템에 열광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한 반응을 이끌어낸 레저용 아이템은 자동차 이후로는 드론이 처음이다.


드론이 등장하거나 드론으로 촬영한 각종 영상들이 그만큼 '쿨하다'는 것이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류의 원초적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각국 정부도 앞다퉈 드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을 정도다.

전 지구적인 트렌드에 발맞춰 가다보니 국내 사정과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북한과 대치상황 때문에 드론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비행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문제는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법제도가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졌다. 행정편의적이고 구시대적인 접근도 보인다. 취미용 드론 비행을 날리다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비행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 /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드론 한번 띄우는데 1달씩 걸리기도…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드론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기존 항공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적용중이다. 우선 드론 비행 허가 신청은 수도방위사령부와 국방부, 국토교통부가 각기 받고 있다. 복잡하다.

서울 전역은 수방사 담당이다. 수방사에 따르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 중심의 P73-A권역은 비행금지구역으로 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5월에는 광화문광장 상공에 촬영용 무인 헬리캠 1대가 등장해 군 헬기가 출동하기도 했다.

비행금지구역을 벗어난 나머지 서울지역은 비행제한구역에 속한다. 수방사 관계자는 "제한지역에서는 비행 예정일 기준 4근무일 전까지 비행체 크기와 비행 목적과 상관없이 모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벗어난 비행제한 구역의 허가는 국방부에 신청해야 한다. 일반 지역에서는 고도 150m이상, 비행체 무게 12kg 이상의 경우에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행 3일 전까지 지방항공청을 통해 신고해야 한다. 촬영허가는 별개다.

드론 동호회 '드론 플레이' 운영자 신경승씨는 "허가신고 접수기관이 복잡하고 기관에 따라 절차도 다 다르다"며 "신고를 한 뒤 허가가 나오는 데까지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1달까지 걸리는 등 들쭉날쭉하다"고 지적했다.

드론 동호회 드론플레이 회원이 미니드론을 날리고 있다. / 사진제공=드론플레이( //cafe.naver.com/dronplay)

◇'드론' 남북대치 상황 넘어 높이 날려면…

분단과 휴전의 현실에 맞춰 제정된 항공 관련 법률로 취미용 드론까지 규제하다 보니 범법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항공법 위반 건수는 34건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4배 증가했다.

즉흥적으로 한강에서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날리다가는 최대 2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보안이나 안전을 위해 드론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단순한 취미 목적의 소형 드론에까지 항공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기체 5cm 미만의 경량 미니드론의 경우 이용자 시야를 벗어날 만큼 날리기 어렵고, 카메라 설치가 어려워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공법을 적용하는 관련부처들은 12kg 이하의 비행체를 일률적으로 '초경량비행장치'로 분류하고 있다.

신경승씨는 "각 관련부처에서 고도를 150m로 제한한다든지 서울지역 전체에서 일률적으로 비행을 제한하는데 법적 근거도 명확치 않고 행정 편의적"이라며 "기체의 크기와 용도별로 구분해 미니드론의 경우 무제한으로 비행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