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몰려 상처… 정년연장 등 처우개선 필요"

머니투데이

이현정 기자
남형도 기자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공무원들은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개혁안 처리과정에서 '공무원=세금도둑'으로 여론이 형성됐던 것에 대해선 "서운하고 억울하다"며 (공무원이 먼저) 고통을 분담하는 만큼 처우에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입장이다.

중앙부처의 한 하위직 공무원은 "물론 한 푼도 연금이 안 깎이면 좋겠지만 애초 정부나 여당이 생각했던 안보다는 강도가 약해진 것이어서 한 편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안이 여당이 당초 제시한 안보다 개혁강도가 약해지고 20년에 걸쳐 유예기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돼 당장의 충격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한 장기재직자는 "연금삭감액이 크지않고 유예기간도 길어 이만하면 선방했다"고 밝혔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막대한 정부 보전금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재정절감 차원에서 공무원들이 희생하는 게 방향은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선 개혁안이 통과되기까지 공무원 조직을 향해 쏟아진 사회적 비난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공무원은 "억울하고 답답한게 사실이다. 배부르고 이기적인 공무원 조직이라는 비난여론에 이 정도로 보나싶어 아직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중앙부처의 또 다른 공무원은 "마치 세금을 깎아먹는 도둑으로 취급돼 상처받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개혁안의 내용 자체보다 합의안을 도출과정에서 공무원 조직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공무원이 연금수령 당사자인데 이들의 의견은 거의 수렴되지 않았다"며 "국회가 마음대로 주무르고 주무부처인 인사처도 목소리를 못 내는 상황이었다"며 "공무원의 문제인데 공무원들이 왜 침묵해야했는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년연장과 보수체계 개편 등 공무원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지자체의 하위직 공무원은 "공무원이 된 주요 동기 중 하나가 연금이었는데 아쉽다"며 "사기진작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정년연장 등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법내 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는 법안 통과 이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노총 관계자는 "솔직히 초상집 분위기"라며 "무슨 논평이나 성명서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공노는 이번 개혁안 통과로 지도부와 노조 구성원 사이의 갈등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전공노 관계자는 "이번 실무협상에서 지도부가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방안과 개혁안을 연동시켜 합의 처리해 버린 것에 대해 오는 30일 대의원회의에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