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에 뜬 '대포 부대'…"AOA 무대서 실력 갈린다"

써니힐의 공연 모습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대포 들어, 조준해!"

30일 오후 2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하는 공유박람회 & 2015 u클린 청소년 문화 콘서트'에서 '써니힐'의 축하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에선 10~40㎝ 사이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가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대포'는 카메라 렌즈가 워낙 크고 두꺼워 '대포를 보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 이들은 유명 공연에 출연한 가수 사진·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블로그에 올린다. 이렇게 올라간 콘텐츠는 홍보효과가 높아 공연계에선 '공연흥행성과=대포부대 수'의 등식이 성립될 정도이다.

무대장을 둘러싼 대포 부대/사진=류준영 기자

이번 u클린 콘서트에선 약 30여명에 가까운 대포 부대가 무대를 빙둘러 섰다.

초청가수 써니힐이 히트곡 '두근두근'에 맞춰 현란한 율동을 맞추자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렌즈를 터뜨렸다. 한편에선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기능으로 맴버 중 한명을 꼭 찍어 그의 무대동선을 뒤쫓았다.


팬인 송모 씨는 "요즘에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동영상이 잘 팔린다"며 "걸그룹 '써니힐'과 'AOA' 등 오늘 촬영할 분량이 많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오전에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김모 씨는 "AOA 영상을 담기 위해 왔다"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러 곳에서 연예인 공연이 풍성하게 열려 우리같은 대포 부대에겐 가장 바쁜 달"이라고 말했다.

대포부대 중 유일한 여성인 유모 씨는 렌즈 값이 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카메라를 들고 와 객석 정중앙에 자리를 틀었다. 유 씨는 "좋아하는 가수를 정면에서 마주하는 황홀한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카메라에 쏟았다"며 "오늘 공연에서 '탑독'과 '언터쳐블' 공연을 반드시 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촬영한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인터넷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장 분위기가 정절으로 치닫아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AOA가 나올 무렵, 대포 부대들의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명 가수 공연에선 다른 관람객들이 촬영을 위해 들어올리는 스마트폰이 적잖이 방해가 되는 탓이다.

세미정장 차림으로 대포부대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정모 씨는 "대포 부대의 내공은 아마 오늘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AOA 사진에서 갈릴 것"이라며 바짝 마른침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정모 씨는 AOA 등장과 동시에 자신 앞에 처진 '스마트폰 바리케이트'를 피해 자리를 3~4번 옮겼다.

팬 정모 씨는 "u클린 공연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멀지 않아 최고 품질의 사진을 획득했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