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표내고 스타트업 이직하는 이유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매일매일 성장하는 느낌이다. 권한이 커진 만큼 고민도 많지만 개인 역량이 올라가고 회사 발전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에 사표를 내고 기업정보공유 플랫폼 스타트업 잡플래닛으로 이직한 이승환 서비스 기획자(30)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자기 주도적이며 성취감을 중요시하는 성향의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가장 큰 이직 사유로 '자기주도적 업무 추진의 어려움'(34.9%)을 꼽았다. 그리고 스타트업 이직 후 70% 이상이 직장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스타트업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취업방정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연봉·복지가 직장 생활 전부 아냐◇

취업준비생 100만명 시대다. 취업 경쟁률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직하고도 사표를 내고 작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직장의 조건이 연봉이나 복지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자기 주도적 업무의 어려움(34.9%)을 주요 퇴사 이유로 꼽으며 업무 수행 부분도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이직 후 직장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 혹은 '만족한다'고 답한 이들은 70.2%에 달했다.

◇높은 업무 권한이 매력◇

현성경씨(29)는 대기업 입사 1년 만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그녀가 택한 곳은 바로 배달음식 주문앱 '배달의민족' 개발·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그는 절차와 승인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관료주의적 의사결정으로 조직원의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못하는 데 답답함을 느꼈다. 우아한형제들로 자리를 옮긴 그는 대기업 근무 때보다 더 많은 주요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적은 인원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 상 팀원들의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업무 능력이 요구된다.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며 절차 보다는 성과에 집중한다. 때문에 스타트업에선 대표나 신입 구분 없이 모두가 팀의 에이스로 업무 권한이 많다. 스타트업 팀원들은 이처럼 스타트업의 자기주도적 업무 스타일에 매력을 느낀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스타트업 이직 후 가장 좋은 점으로 '자기 주도적 업무 추진 가능'(45.3%)을 꼽았다.

◇수평적 조직문화◇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장점으로 꼽힌다. 몇몇 스타트업에서는 대표를 부를 때 '님'자를 뗀다. 조이(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 마크(김영호 말랑 스튜디오 대표) 등 아예 영어 이름을 지은 대표들도 많다. 또는 직책을 빼고 이름에 '님'자를 붙여 'OO님'으로 부른다. 이같은 수평적 구조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스타트업의 철학이다.

인재채용 시 팀원면접을 실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보통 기업에선 실무·임원면접만 보는데 반해 알람 앱(애플리케이션) '알람몬' 개발사 말랑스튜디오와 패션정보 공유 SNS 스타일쉐어는 팀원면접을 시행한다. 팀원 전체가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말랑스튜디오의 한희연 마케팅 팀장(31)은 "초창기부터 팀원 면접을 실시해왔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자유출퇴근제·근무장소 자유 등 탄력적인 근무 형태와 셔플 점심(제비뽑기 식사 이벤트)·생일자 조기 퇴근 등 스타트업만의 톡톡 튀는 소소한 복지들도 수평적 조직문화에 기여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실현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