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시신 택배'… 만삭에 식당일, 월세 25만원도 못내

숨진 영아 택배 배송 30대여성 나주경찰서로 이송/사진=뉴스1제공

'신생아 시신 택배 사건' 배경에는 극심한 생활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데도 까다로운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이 발생한 지 1년여 만에 또 다른 '복지사각지대'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6일 뉴시스에 따르면 만삭이었던 A씨(여·35)는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포장마차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 앞 계단을 오르던 중 산통이 온 A씨는 집에 도착해 홀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A씨의 집은 서너 평 남짓한 월세 25만원의 한 고시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갓 태어난 딸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여력조차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방치됐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배꼽의 탯줄조차 떨어지지 않은 채였다.

A씨는 그 후로도 한동안 숨진 아이와 한 방에서 지냈다. 지난 3일 부패가 진행되자, A씨는 시신을 검은색 운동복 웃옷으로 감싼 뒤 상자에 넣어 우체국 택배로 전남 나주의 친정집에 보냈다.

상자 안에 '이 아이가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잘 보내달라'고 적은 쪽지도 함께 넣었다.


5년 전 상경한 A씨는 만삭 때까지 포장마차 일을 했지만 고시텔 월세 25만원을 내지 못해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겨울철 난방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해 냉방에서 지냈고 휴대전화는 요금이 밀려 착신이 정지된 지 오래였다. 친정과도 지난해 이후 연락을 끊고 살았다.

국가의 복지혜택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A씨는 남편과 헤어진 상태였지만 법적으로 이혼상태가 아니어서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한부모 가족 또는 장애 복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긴급복지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제2의 송파 세 모녀 사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던 세 모녀는 형편이 무척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세 모녀는 지난해 2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밀린 방세 70만 원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경찰은 우체국 'CC(폐쇄회로)TV' 등을 확인하고 지난 5일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있던 A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숨지게 하고 어머니께 시신수습을 부탁하려고 친정집에 택배를 보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A씨를 나주로 압송해 출산 및 택배 발송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부검 결과 신생아의 사인이 타살로 확인되면 영아살해 혐의를 추가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