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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엘리엇 분쟁의 3대 쟁점과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엘리엇 법적분쟁 불가피..현실성 있는 대안은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조정"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정인지 기자, 최동수 기자 |입력 : 2015.06.10 06:06|조회 : 1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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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공격 포인트로 삼은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이다.

엘리엇이 끊임없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엄밀히 보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아니라 합병비율(1대0.35)이다.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작업에는 통합에 따른 시너지의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와 함께 미래가치에서 어느 조직이 더 큰 점수를 얻느냐는 점 등이 반영된다. 엘리엇은 이를 제외하고 일단 현재가치만 놓고 보고 있다.

◇쟁점 1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왜 논란인가=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28조4455억원의 매출액에 6523억원의 영업이익, 285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계는 25조9784억원이고 부채총계는 12조7541억원, 자본총계는 13조2243억원이다. 반면 제일모직은 같은 기간에 △매출액 5조1295억원 △영업익 2134억원 △순익 4550억원 △자산총계 9조5114억원 △부채총계 4조2261억원 △자본총계 5조2852억원 등이었다.

삼성물산의 매출액은 제일모직보다 5배 이상 많고 영업이익은 3배가 넘는다. 순이익 측면에선 제일모직이 앞선다. 이는 삼성물산의 기타비용이 2013년 8965억원에서 지난해 1조546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분법 이익도 예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경영지표는 시장 상황과 전략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 엘리엇이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 문제는 경영지표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자산, 무엇보다 계열사 지분가치가 중요한 쟁점이다. 올해 1분기 말 삼성물산 분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증권, 삼성SDS, 제일기획, 제일모직, 삼성정밀화학,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와 투자회사 지분이 상당하다. 장부가액은 총 16조720억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8조6119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엘리엇은 이같은 자회사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삼성그룹은 시장에서 형성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했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 1개월·1주일·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일모직 합병가액은 주당 15만9294원으로 정해졌고 삼성물산은 5만5767원으로 정해졌다. 여기에 발행주식수를 곱하면 삼성물산 가치는 8조7117억원, 제일모직은 21조5046억원이 된다.

◇쟁점 2 : 국내법만 보면 삼성에 문제 없지만 해외로 가면…=엘리엇은 계열사·투자회사 지분만 16조원이 넘는 삼성물산의 가치가 이의 절반으로 정해지는 게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일단 국내법상으로는 삼성의 계산에 문제가 전혀 없다. 예전에는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 ‘주주간 협의’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으나 현재는 상장사 주가 가중평균을 토대로 기계적으로 정해지도록 법규가 정비됐다.

그럼에도 법규 논리만 내세우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국내 기준과 해외 기준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상장사 주가를 기본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는데 반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설명이다.

글로벌 IB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사례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합병비율 산정의 기본은 자산규모”라며 “기준은 합병 시점에 가까운 최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은 재무재표상 순자산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 상당수가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유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2010년부터 5년간 5만~9만원의 넓은 박스권 안에서 요동쳐왔다. 2011년 7월에는 9만2500원까지 오른 적이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자라면 합병비율이 더욱 억울할 수 있다.

윤승영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합병의 과실을 모든 주주가 향유할 수 있어야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주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쟁점 3 : 법원에 넘겨진 공 “기업과 주주간 이해상충 어떻게 봐야 하나”=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해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데 대해 시장에서는 “삼성의 합병비율 산정이 법규에 충실했고 이사회나 주총 소집 절차에도 하자가 없었다”며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예단키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규상 문제가 없더라도 주요주주가 무리한 합병 추진으로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주장의 논리가 타당하면 법원이 피해주주의 입장을 반영해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주주들의 반발에도 주총이 강행되는 경우는 파산 직전 법인 등 긴급한 때로 국한된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엘리엇이 즉각 ISD(투자자-국가간 소송) 독소조항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대상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분쟁해결 제도로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돼 국내법보다 우선한다. ISD가 제기되면 관할 법원이 엘리엇의 홈그라운드인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성 있는 타협방안은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조정=삼성과 엘리엇이 타협하는 방안은 있다. 일단 이사회를 다시 열어 합병비율을 재산정하기 위해 합병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지배구조 재편에 갈 길이 먼 삼성에 적잖은 부담이라 가능성이 낮다.

가장 현실성이 높은 대안은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합병반대 주주들에게 제시한 가격은 주당 5만7234원으로 현재 주가(9일 종가) 6만8000원보다 한참 아래다. 합병비율은 수정이 쉽지 않으나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조정이 가능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매수청구권 가격은 주주와 해당 법인의 협의로 결정한다. (중략) 주주가 매수가격에 대해 반대하면 법원에 가격의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삼성은 목적대로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엘리엇 등 반발하는 주주들도 무마할 수 있다. 엘리엇 입장에서도 떳떳하게 투자이익을 거두고 합병비율에 반대한 명분도 살리는 ‘묘수’가 된다.

문제는 삼성의 주머니 사정이다. 삼성은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지불할 매수청구권 행사비용으로 총 1조5000억원 가량을 산정했다. 엘리엇의 요구가 이를 얼마나 웃도는 수준에서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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