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입찰전은 '가면 무도회?'

신세계그룹이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최종 확정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명품관) 전경./사진제공=신세계그룹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하는 주요 기업들이 조인트벤처를 구성하거나 신규법인을 설립해 입찰에 참여하면서 기존 취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관세청이 공정성을 기하려 만든 기준을 치밀하게 분석해 약점들을 파고든 것으로 지적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기존법인이 아닌 신규·합작법인 신청은 HDC신라, 현대DF, 신세계DF 등이다. HDC신라는 호텔신라 (57,600원 ▲400 +0.70%)과 현대산업개발, 현대DF는 현대백화점 (48,800원 ▼1,000 -2.01%) 외 7개사가 참여한 조인트벤처다. 신세계DF는 신세계 (158,600원 ▼2,600 -1.61%)가 단독으로 만든 신규법인이다.

관세청은 이들 기업이 제출한 입찰 서류를 10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이중 600점 이상의 기업 중 상위 2곳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한다. 평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특허보세구역(면세점) 관리역량(250점)과 경영능력(300점)이다. 관리역량은 과거 면세점 운영 경험, 경영능력은 재무건전성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관세청이 제시한 평가기준이 조인트벤처 등 신규법인이 신청할 경우를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합작 법인의 경우 대주주 법인을 기준으로 평가할지, 주주비율에 맞춰 가중 평가할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신규법인도 평가를 모회사로만으로 한정지을지 등이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관세청이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을 틈타 각 기업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약점을 숨길 수 있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자칫 일관성 없는 맞춤형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합작법인 현대DF는 현대백화점이 50%, 한무쇼핑(현대백화점·무역협회 공동출자)이 20%, 모두투어가 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13%는 현대아산, 엔타스듀티프리, 서한사, 제이엔지코리아, 에스제이튜코가 나눠가졌다.

현대백화점이 현대아산, 엔타스듀티프리의 지분참여를 끌어들인 것은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는 자사의 약점을 덮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아산과 엔타스듀티프리는 각각 개성지역과 인천지역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분의 10%도 보유하지 않은 이들 회사의 경험을 전체 합작법인의 역량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라면세점(50%)과 현대산업개발(25%), 현대아이파크몰(25%)이 출자해 만든 HDC신라도 채점 기준에 따라 점수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평가를 신라면세점만 할 것인지 아니면 지분에 따라 기업별로 가중 평가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가중평가할 경우 현대산업개발과 현대아이파크몰은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어 관리평가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신세계가 100% 출자해 새롭게 만든 신세계DF로 입찰에 참여한 것도 약점을 감추기위한 방법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면세점운영을 전담하는 신세계조선호텔이 있으나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을 시작한 이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영업손실 159억원, 당기순손실 37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경영능력 평가 시 모회사인 신세계로 평가받기 위해 신규법인을 설립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모회사인 신세계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경영평가는 신세계로, 관리평가는 신세계조선호텔에 맞춰 평가할 경우 일관성에 문제가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데 250점이 걸려있는 관리역량의 경우 현대DF, 신세계DF는 모회사 기준으로는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다"며 "관세청이 현재 제시한 평가기준은 기존 법인이 신청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합작법인이나 신규설립법인에 대한 평가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