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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 내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웰빙에세이] 내 삶의 잔고 / 통장 잔고를 텅 비우는 것이 잘 사는 것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5.06.22 07:14|조회 : 65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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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 내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죽을 때 가져가지 못하는 재산을 삶의 잔고라 하자. 이 잔고를 얼마로 하고 싶은가?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 잔고를 늘린다. 죽을 때까지 더 벌고 덜 쓴다.
둘, 잔고를 지킨다. 죽을 때까지 버는 만큼 쓴다.
셋, 잔고를 줄인다. 죽을 때까지 덜 벌고 더 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잔고를 늘리는 쪽이라면 당신은 타고는 장사꾼이거나 구두쇠다. 또는 억세게 운이 좋거나 복이 많은 사람이다. 잔고를 지키는 쪽이라면 당신은 머리가 아주 좋거나 많이 굴리는 사람이다. 잔고를 줄이는 쪽이라면 당신은 능력이 달리거나 용감한 사람이다.

나는 잔고를 줄이는 쪽이다. 능력이 달리거나 용감하다. 나도 처음에는 잔고를 늘리려 했다. 그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잔고를 지키는 쪽으로 바꿨고, 그것도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잔고를 줄이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잔고를 줄이는 쪽이 가장 쉽고 편하고 즐거운 길이라는 것을. 잔고의 양과 욕망의 양이 같다는 것을.

내가 원하는 삶의 잔고는 '0'이다. 죽는 날 내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0'이었으면 한다. 내 생각대로라면 그리 될 것이다. 이승을 떠날 때 내 통장에는 한 푼도 남지 않을 것이다. 남보다 일찍 벌이를 내려놓았고 집도 팔아서 유동화 했으니 내 삶의 잔고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인생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 길이려니!

누가 뭐래도 나는 잔고를 늘려야겠다고? 그렇다면 그렇게 하시라. 불타는 욕망의 화신이 되시라. 그게 아니라면 잔고를 줄이는 쪽이 지키는 쪽보다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누구든 나이 들어 은퇴하면 벌이가 줄어든다. 그런데도 잔고를 지키려고 아등바등 사는 분들이 많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이 일 저 일 손을 대다가 낭패를 보는 분들도 있다. 내키지 않는 일을 움켜쥐고 아득바득 사는 분들도 있다. 다들 돈 벌려는 욕심과 일 하려는 관성을 떨치지 못해 고단한 경우다. 이런 분들이 신세 한탄을 한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누구 덕을 보려고 이러나? 무슨 영화를 바라고 이러나?

은퇴를 했으면 그 순간부터 삶의 잔고를 줄여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까 공연히 돈과 일에 끄달려 귀한 시간 허비하지 말자. 인생 후반전에 열 받아 기진맥진하면 만회할 틈도 없다. 기왕 잔고를 줄이기로 했다면 확 줄이는 게 좋다. 그래야 마음 편하고 즐겁다. 찌질하게 미적거리면 계산 복잡하다. 답은 안 나오고 골치만 아프다.

삶의 잔고는 높일수록 어렵다. 반대로 낮출수록 쉽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건 오해다. 잔고 낮추기가 높이기보다 어려울 리 없다. 그건 어려운 게 아니라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돈에 대한 욕심과 일에 대한 미련을 단칼에 끊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여태 그래왔듯 내일을 걱정하고 방비하느라 오늘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애지중지 삶의 잔고를 지키고 불린 듯 무슨 소용인가? 죽는 날까지 나의 오늘은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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