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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사 어제와 오늘…'김도사' 가고 '스마트폰' 왔네

[팝콘사이언스-82회]형사와 무속인 한 팀 '극비수사' 개봉…첨단과학수사 '일반화·고도화' 양상 뚜렷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입력 : 2015.06.20 05:14|조회 : 5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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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영화 극비수사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영화 극비수사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아라. 납치범을 쫓는 사건에 용하다는 도사가 끼어든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보면 판타지가 덧입혀진 코믹드라마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다.

이주 공룡 액션 블록버스터로 '쥬라기 월드'에 황당한 스토리와 명배우 열연으로 무장한 한국 영화 한 편이 당당하게 도전장을 건냈다.

곽경택 감독의 12번째작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있었던 유괴 사건 실화 위에 만들어졌다. 필름에는 형사와 무속인이 한 팀이 돼 33일간 유괴된 아이를 찾으러 다니는 과정을 담았다.

찌르면 피 한방울 안 날 것 같지만 따뜻한 매력을 갖고 있는 김윤석이 형사 공길용 역, 코믹하나 때론 진중함으로 관객을 이끄는 묘한 매력을 가진 유해진이 무속인 김중산 역을 맡았다.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 맞춘다는 점집을 찾는다. 여기서 만나 김 도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사라진 후 15일 후에 연락이 올거야." 그의 말은 적중한다.

"아이와 사주가 잘 맞는 형사가 나선다면 아이가 돌아온다"라는 김 도사 말에 베테랑급 공길용 형사가 이 사건에 전격 투입된다.

"왜 우리 구역 사건도 아닌데 제가 맡아야 합니까." 공 형사는 이 사건을 맡는 게 탐탁치 않다. 못 미더운 도사와 한 팀을 이뤄야 한다는 것도, 다른 지역 형사들과 공조하는 것도 공 형사는 내키지 않는다. 이렇게 시작된 공조 수사가 잘 될리가 없다. 일은 꼬일 대로 꼬인다.
극비수사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극비수사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두 주인공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있다.

'살인의 추억'처럼 뒤끝이 허무하진 않다. 결론이 정해진 영화라서 반전도 없다. 그래서 자칫 느슨해져 놓칠 수 있는 긴장감을 두 배우의 열연으로 채워넣는다.

곽 감독은 오직 아이를 구하려고 애쓰는 '뚝심' 있는 공 형사와 아이를 찾는 데 힘을 보태는 인간미 있는 김 도사, 이 두 사람의 동선을 끈질기게 추적해 간다. 사건 해결 후 각자의 삶을 길게 보여주며 꽃핀 인간애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범죄수사 어제와 오늘…'김도사' 가고 '스마트폰' 왔네
◇가장 많이 쓰는 과학수사 기법 '유전자 분석'

미신을 믿는 행동은 아직까지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영화처럼 범죄 수사까지 미신에 의존하진 않는다. 과학수사 기술이 고도화된 덕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는 창설 60년을 맞았다. 지난해 국과수 감정 건수는 34만8000여건, 출범 첫 해 480건 보다 700여 배나 늘었다.

국과수의 과학수사 기법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 유전자(DNA) 분석이다. 전체 업무중 31.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DNA 분석은 1992년, 의정부경찰서가 의뢰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었다. 2006년 7월,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은 국과수 DNA 분석능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첨단과학수사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지난 2004년, 서남아시아 쓰나미 때 각국은 자국민 희생자 확인을 위해 과학수사 인력을 급파했다. 이때 국과수는 어느 조사팀보다 빠르게 희생자 신원을 파악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당신도 국과수 요원

과학수사 기법은 ICT(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고도화되고, 또 일반화되는 두 가지 양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국과수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문서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QR코드와 투명인쇄, 즉 스테가노그래피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문서 여백에 문서 내용을 암호화한(128비트) QR코드를 새기고, 그 둘레에는 QR코드의 암호를 푸는 암호키를 눈에 보이지 않는 점으로 인쇄하는 것.

QR코드와 스테가노그래피를 인식하는 앱(APP)을 내려받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 부분을 촬영하면 해당 문서에 기재된 내용과 QR코드에 담긴 내용이 일치하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앱이 QR코드 암호를 풀지 못하거나, QR코드에 담긴 내용이 문서에 기재된 사항이 다르다면 그 문서는 위·변조된 것이다.

홀로그램 같은 기존 위·변조 방지기법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문서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무엇보다 위·변조가 의심되는 문서를 국과수 등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통보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국과수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진위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진격의 韓첨단과학수사

첨단과학수사 기법의 고도화를 위한 정부 투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디지털 기반 첨단 과학수사 요소개발' 사업에 2017년까지 최대 3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범죄 증거 확보, 수사 단서 탐지 등을 위한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형 거짓말 탐지기술 개발 △블랙박스 영상 복원 기술 △정보통신시스템 탐지 기술 등이 연구 대상에 올라 있다.

'한국형 거짓말 탐지기술 개발'은 열 영상 카메라와 안구 운동 추적 장비를 이용해 비접촉식으로 거짓말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블랙박스 영상 복원 기술' 연구는 저해상도 블랙박스 영상을 선명하게 하거나 의도적으로 훼손·변조된 블랙박스 영상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비가 오는 상황이나 야간에 발생해 영상 판독이 어려운 뺑소니 사고 등의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보시스템 탐지기술 연구'는 범죄자가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은닉·훼손·변조하면 이를 탐지해 증거 데이터를 채증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등 기업 범죄수사에 활용될 예정이다.

류준영
류준영 joon@mt.co.kr twitter facebook

※미래부 ICT·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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