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글로벌연구중심대학 20개 육성' 논란 속에 출발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대학총장 세미나가 25~2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 News1 최창호 기자

전국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이하 대교협)가 국립대 10곳, 사립대 10곳을 세계 200위권 안에 드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대학들은 학부정원을 대폭 감축하는 대신 등록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등의 자율성을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국·사립을 막론하고 대학 안에서조차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교협은 2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학발전 비전 2025’(이하 비전2025) 초안을 발표했다. 부구욱 대교협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대교협 차원에서 대학 발전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고등교육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비전2025 초안을 마련해왔다.


비전2025의 핵심은 국립대 10곳과 사립대 10곳 등 20개 대학을 선정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다. 20개 연구중심대학은 Times나 QS, 상하이자오퉁 대학평가와 같은 세계대학평가 결과를 활용해 대교협이 선정한다.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에 선정되면 학부와 대학원 정원 비율이 1대 1 수준이 되도록 학부 정원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 대신 이들 대학에는 예외적으로 등록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등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세계 200위권 진입을 기대하기 힘든 국립대의 경우 권역별로 통합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구욱 대교협 회장(영산대 총장)은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이 자율적으로 학부 정원을 감축할 때 나머지 대학들의 정원 감축 부담이 완화돼 지역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할 여유가 생기고 대학사회에 상생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서는 국·사립을 막론하고 ‘탁상공론’이라는 대학 총장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김도종 원광대 총장은 “대학이 서울에 소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20개 연구중심대학을 미리 정해놓을 게 아니라 그런 대학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동철 경북대 총장 직무대리도 “세계 200위권에 들어가는 대학이 20개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국공립대학 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국립대 10개, 사립대 10개로 한정하면 국립은 거점대학, 사립은 수도권 대학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의 큰 사립대들이 연구중심을 통해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일 대구외국어대 총장은 “나머지 대학들의 교육의 질 향상 없이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제고는 기대할 수 없다”며 대교협이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에 포함되는 20개 대학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했다.

수도권 사립대도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정진영 경희대 부총장은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에 수천억원을 지원하면서 학부정원을 줄이라고 하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학부정원을 줄이면 등록금을 올려주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정 부총장은 또 “지금보다 대학원생 수가 늘어나면 대학원생의 등록금과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할지가 고민”이라며 “재정 면에서는 도움이 안 돼 사립대 가운데는 이 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이날 발표한 비전2025 초안에 대해 국립대 총장협의회와 사립대 총장협의회, 수도권 주요 대학 총장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