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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이재용의 사과, 이재용의 눈물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5.06.29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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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1년 내내 고생해서 거두어 말린 포도가 모두 물에 휩쓸려갔다. ‘아버지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내가 소리쳤다. ‘시끄럽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나는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순간이 내가 위기를 맞을 때 마다 위대한 교훈 노릇을 했다고 믿는다. 나는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문간에 꼼짝 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들 가운데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킨 아버지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중)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삼성그룹의 후계자임을 공식화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행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대한 삼성서울병원의 잘못을 국민들 앞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삼성그룹 총수의 사과는 흔치 않았다. 77년 역사에서 1966년의 한국비료 사건과 2008년의 ‘삼성 특검’ 당시 등 두 번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총수가 직접 나서 사과까지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일은 기업논리로 말하자면 삼성서울병원이라는 특정 계열사의 경영실패다. 더욱이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같은 다른 계열기업과 다른 비영리성 특수법인이다. 병원 운영도 전문가인 의사들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삼성서울병원만큼은 관리 밖에 있었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변명을 하지 않았고, 병원장 등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본인이 작성한 대국민사과문을 직접 읽었고 두 번이나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했다. “저의 아버님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계신다”고 말함으로써 메르스 환자 가족들과 이 부회장 자신이 같은 처지임을 비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한 달 넘게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는 의료진에 대해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이기까지 했다.

인생은 반복된다. 득의만만할 때가 있으면 실의에 빠질 때가 있다. 좋은 일이 생기려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다. 어려움을 겪지 않고 성공하는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쉽게 얻으면 빨리 잃는다.

그런 점에서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첫 출발이 자랑하고 뽐내는 일이 아니라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비는 것이었다는 점은 삼성에도, 이재용 부회장 본인에게도 다행이다.

총수의 자리는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아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과를 거둠으로써 얻는 자리다. 이건희 회장도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만들었고,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부터 비자금 사건, 상속분쟁에 이르기까지 온갖 시련을 극복했기 때문에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총수로서 위엄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금의 메르스 사태나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삼성의 몰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언한 학자들도 있지 않은가. 이런 시련이 닥칠 때 이 부회장의 지혜나 잠재 에너지가 비로소 제대로 발휘될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백처럼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라며 위엄을 잃지 않는 그런 자세가 요구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 이건희 회장이 눈을 부릅뜨고 투병 중인 한 더욱 그렇다. 총수의 자리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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