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검증은 '필수'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미아방지용 스마트 밴드 '리니어블'을 개발한 스타트업(초기기업) 리버스는 지난해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에 참여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미디어에서 리니어블을 주목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이 홍보 됐다.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데도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에서 10일 만에 1만2000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시장성이 검증되자 본엔젤스와 동문파트너즈 등으로부터 15억원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국내 하드웨어 제조 스타트업에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하나의 필수 성장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품 양산을 위한 자금 조달은 물론 시장성 검증,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시장을 극복하고 해외 시장 진출 등의 기회도 얻을 수 있어서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으로부터 돈을 모은다'는 뜻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으로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등이 꼽힌다. 펀딩은 소비자가 예약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디어·제품 설명 등만 제시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이 출시되면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는 식으로 판매하는 형태인 것.

리니어블을 비롯 이에 도전한 스타트업은 △걸음걸이 교정 웨어러블 기기 '아키'(Arki) 개발사 직토 △벽에 붙여 사용하는 무선 카메라 '포도' 개발사 포도랩스 △스마트 화분 '플랜티' 개발사 엔씽(n.thing) △IoT(사물인터넷) 스킨케어 '웨이' 개발사 웨이웨어러블 등 5팀으로 이들이 올린 수익만 85만 달러(약 9억5280만원)에 이른다.

문석민 리니어블 대표는 "인디고고에 도전해 몇 십억 투자 받았어도 불가능했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미아방지용 서비스란 취지에도 주목받아 AFP통신, 테크크런치 등 전세계 300여개 미디어에 소개됐다"며 "이후 대기업 등에 저희가 접촉하기 전 먼저 연락이 와 사업제휴를 논의하는 등 사업이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연 엔싱 대표는 "시장성 검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자금을 구하려면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증명해야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며 "어떻게든 빚을 내 제품을 양산했다 하더라도 정작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면 실패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양산 전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시장성을 미리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웨이웨어러블의 경우에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그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문종수 웨이웨어러블 대표는 "창업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스타트업인데 인디고고에서 3일만에 목표 금액인 5만달러를 달성했다"며 "해외 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한 강연에서 "투자받고 싶다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검증 받아보라"고 조언한 적도 있다. 이같은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장점에도 국내 스타트업이 도전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 알려진 것만 5군데에 그친다.

이스라엘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스타트업 육성 기관 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의 박대진 대표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기본적인 해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말로는 글로벌 진출을 한다면서 제대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국내 스타트업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