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악재에 中급락까지…증시 어떻게 대응할까

증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썩 좋지 않다. 그리스 채무유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주요국 증시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상반기까지 강세를 유지했던 중국증시마저 급락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는 반등을 한국증시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77포인트(1.42%) 하락한 2060.49로 마감했으며 코스닥은 17.46포인트(2.33%) 급락한 733.04로 끝났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선 하락종목이 702개로 상승종목(133개)보다 5배 이상 많았고 코스닥 역시 하락종목이 881개에 달했다. 시장을 끌어내린 것은 그리스 채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스가 마련한 자구안에 유로그룹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오는 30일 지원금 72억유로를 집행하지 않은 채 종료된다. 그리스는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5000만유로를 갚아야 하는 데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시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였던 중국증시마저 속절없이 무너지며 시장에 충격을 더했다. 중국정부는 지난 주말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리고 금융기관 지급준비율도 0.5%포인트 낮췄으나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3.34% 하락한 4053.03으로 끝났고 홍콩H지수도 낙폭이 4%대에 달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달 12일 종가기준 고점인 5166.35 대비 21.5% 넘게 하락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제와 중국증시 급락이 한국경제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증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거울'처럼 반영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디폴트 여부가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유로존 금융기관도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거론된 그리스 관련 리스크를 제어하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연쇄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그리스 이슈 단독으로는 큰일이 아니지만 한국 증시가 취약한 상황에서 발생한 악재라 단기 영향력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증시의 급락도 투자자들의 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은 시장을 이끈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며 극심한 후유증을 겪는 상태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주 그리스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증시에서 차익실현 요구가 커졌던 것 같다"며 "조만간 중국증시의 잔치가 끝났다는 얘기도 나올 것으로 보며 유동성 장세는 마무리됐다"고 언급했다.

최근 성장속도가 둔화되면서 실물경제가 주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점도 중국증시의 약세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24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며 "5월까지 기업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0.8%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등 여건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신용거래가 급증하며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최근 중국 시보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경색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다수 예정됐다는 점도 약세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증시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경우 현금화하기 보다는 저점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수익률 방어에 보다 유리하다는 게 센터장들의 판단이다. 다만 업종이나 종목을 선정하는 데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대형주보다는 코스닥 중소형주 중심의 매매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 센터장은 "1998~2012년까지 고환율 정책을 통한 대기업 경쟁우위가 벌어졌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사상최저 기준금리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모습이 관찰되고 있는데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강세가 계속된다"며 "기술적인 분석으로는 이르면 3분기 코스닥이 800선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들의 실적을 반영한 코스피 밸류에이션 평가를 보면 현재를 고평가 영역이라 볼 수 있다"며 "악재가 상당히 선반영 돼 있지만 7월 코스피 추가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KDB대우증권이 보고 있는 7월 코스피 예상밴드는 2000~2150선이다. 큰 폭의 반등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2분기 실적을 맞아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올 수 있는 롯데케미칼, 한화, BGF리테일, 동부화재 등 보험과 소매주들은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