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끌어온 재난망 또 표류…시범사업 발주 못한 채 하반기로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본격 추진됐던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연내 시범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시범사업 첫 발 조차 내딛지 못하면서 재난망 사업이 또다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재난망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재난망 시범사업 시작이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


재난망 사업은 경찰, 소방, 해경, 군 등 8대 분야 330개 필수기관 약 20만여명이 재난 시에 사용하게 될 PS(Public Safety·공공안전)-LTE 기술방식의 전국 단일망 구축사업.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로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부처 간 이견과 예산에 발목이 잡혀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재추진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 4월 강릉, 정선 등 평창동계올림픽 지역에서 재난망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말까지 완료하고, 내년 9개 시·도에서 확산사업을 거쳐 2017년 전국 단일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산 재검토 과정이 길어지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재난망 총 사업 예산안은 1조7000억원, 이중 시범사업은 470억원 규모였지만 예산 확정 과정에서 삭감됐다. 시범사업이 당초 계획 보다 7.2% 삭감된 436억원으로 확정되면서 총 사업비도 당초 안에서 줄어들 전망이다.


시범사업 발주도 못낸 상황에서 최근에는 안전처 내에 '재난망 사업 검증팀'이 신설되면서 속도를 내기 더 어려워졌다. 검증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만든 조직으로 법무부 파견 검사, 감사원,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직원 등이 조직원으로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계획에 없던 검증팀을 신설한 것을 두고 예산 삭감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재난망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처음부터 철저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검증팀을 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난망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절차를 검토한 뒤 가급적 빨리 공고를 내 시범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 발주가 7월 중 나더라도 통상 사업자 선정까지 2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9월이 돼야 시범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

시범사업이 늦어지면 본사업 완료 목표 시점을 맞추기도 어렵다. 정부는 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으로 본사업 완료 시점을 정해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서비스를 충분히 검증하려면 시범사업을 하는 데만 1년이 걸리는데 9월에 시범사업을 시작하면 시일이 촉박해 결국 본사업 완료 시점도 지연될 것"이라며 "시간은 없는데 정권 내 완료시키려면 졸속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