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코스피보다 흔들림 큰 코스닥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특히 코스닥은 하루 새 2% 넘게 지수가 급락하는 등 코스피 대비 더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코스닥 상승세를 꺾는 터닝포인트가 되지는 않겠지만 다시 상승 탄력을 받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30일 오전 10시59분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0.38포인트(0.05%) 상승한 733.42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730.29(-2.75)에 장을 시작한 후 5분도 채 안 돼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장 초반 일시적으로 지수가 2.50% 하락하며 710선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피도 일시적으로 지수가 0.52%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스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모습이다.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4.87포인트(0.24%) 상승한 2065.36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은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 실패 소식이 전해진 후 첫 거래일인 지난 29일에도 코스피 대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의 경우 1.42%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코스닥은 무려 2.33% 하락했다.

코스닥을 흔들고 있는 핵심은 그리스 채무 불이행이라는 대외 변수다. 그리스는 채권단과의 합의에 실패하면서 오는 30일(현지시간) 돌아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 15억4000만유로를 상환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했다. 이에 따라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리스는 다음달 5일 국민투표를 실시,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안 수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으로 해당 일까지는 현재의 불안감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디폴트 문제는 연초부터 증시를 흔들어온 노출된 변수지만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 뿐만 아니라 전일 유럽과 뉴욕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독일DAX지수와 프랑스 CAC 40지수는 각각 3.56%, 3.74% 하락했고 이탈리아 FTSE MIB는 낙폭이 5.17%에 달했다.

다만 국내의 증시의 경우 외부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코스닥이 이번 사태로 더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로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그 동안 코스피가 그리스 사태의 그늘 속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사이 코스닥이 상대적 강세를 띄며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만큼 더 강한 조정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6월 내내 그리스 문제가 계속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터지며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상당히 안 좋았다"며 "그것과 비교해 코스닥은 월간 수익률이 2%가 넘는 등 상당히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코스닥이 그리스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디폴트 사태 카운트다운이 들어간 이상 조정은 함께 겪어야 되는 부분"이라며 "특히 코스닥은 그리스 사태를 등에 업고 지수가 강한 상승을 보였던 만큼 더 큰 폭의 조정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코스닥의 상승추세를 꺾는 변곡점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그 이후 투표 결과에 따른 사태 수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깨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5일 국민투표에서 긴축안에 동의하자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데 이 경우 현 정부가 사퇴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 경우 재선거를 해야 해 IMF와 긴축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주체가 없어지는 만큼 사태 수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증시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센터장은 "오늘 같은 경우 전일 주가 낙폭이 큰데다 우호적인 결론이 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다만 근본적인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강한 V자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코스닥 내에서도 곧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중소형주들이 성장 기대감을 안고 급격히 상승한 부분이 있다"며 "성장 기대감을 실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