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과 비틈으로 부활한 '돌아온 터미네이터'

이제 더는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터미네이터’는 보기좋게 나타났다. 더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진화와 변화를 거쳐 우리에게 다가올까.


1984년 첫 번째 ‘터미네이터’의 감동을 기억하는 40대 중년들에겐 멋쩍은 기대와 낯선 실망감이 교차할 법했다. 뚜껑을 연 시리즈 다섯 번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그러나 3, 4편에서 이미 기력을 소진한 터미네이터가 아니었다. 마치 1, 2편 뒤에 만나는 감동의 연작처럼 나름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터미네이터 존재 자체를 모르는 10, 20대 청춘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터미네이터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훌륭한 길잡이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40, 50대 중장년층에게 이 영화는 보는 재미를 넘은 또 다른 이야기에 작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기계들이 지배하는 2029년,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는 사람들을 이끌고 로봇 군단 스카이넷에 맞선다.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탄생을 막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1984년으로 보내고 존 코너는 어머니 새라 코너를 지키기 위해 훗날 아버지가 될 카일 리스를 같은 시대로 보낸다.

84년이라는 지점은 1탄의 시작이다. 하지만 5편은 1편으로 돌아간 시대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비튼다. 새라 코너는 이미 9살 때 터미네이터를 만나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카일 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이들은 스카이넷의 탄생을 멈추기 위해 2017년으로 향하고 그곳엔 나노 터미네이터 T-300으로 변한 존 코너가 나타난다.


5편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친절한 해설집이다. 1, 2탄에 나온 각종 터미네이터들이 전작의 줄거리를 사뿐하게 요약한다. 2탄의 액체 터미네이터인 T-1000역을 새로 맡은 이병헌의 ‘작지만 강한’ 분량은 뇌리에 충분히 각인될 만하다.

“아윌 비 백”(I‘ll be back)하던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감동적 멘트는 5편에서 코믹 멘트로 바뀌었고, 근육질대신 주름과 백발을 머금은 ‘노년 터미네이터’는 “올드, 낫 압설리트”(Old, not obsolete:늙었지만 쓸모없지는 않아)를 수시로 반복하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오로지 행동으로 말을 대신하던 터미네이터가 감정이 실린 듯 ‘인간적’인 정서를 내뿜는 장면들은 긴장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또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제공해야한다는 강박감이 실린 듯 이것저것 모두 섞어놓은 어지러운 액션신들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재탕 이미지가 녹아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금 시대 버전에 맞게 잘 각색되고 포장됐다. 스토리의 구성력도 제법 빛나고 전체적인 액션도 화려하다. 터미네이터의 진화 과정에서 나노로 설계된 터미네이터의 약점이 자기장에 있다든가, 추억 속 세계와 실재 세계의 이중적 타임라인을 설정한 대목도 신선하다. 모처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오락 영화의 잔재미가 한껏 실렸다.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