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인큐베이터' 창조경제혁신센터, 8부 능선 넘었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처음엔 그냥 시늉만 하는 정도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참신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기업들이 자기 사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요즘은 '진짜 작품이 나오겠구나' 싶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뼈대를 만들고 기업들이 피와 살이 돼 이끄는 '민·관 합작 작품'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역점사업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권역별 본부이며 손발이다. 각 지역마다 기업들의 중점사업을 심화하거나 외연을 넓혀 융·복합 산업을 파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30일 SK가 지원하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 열면서 업무에 들어간 전국 혁신센터는 모두 15개로 늘었다. 민간자율형(포스코-포항) 혁신센터를 포함해 18개 혁신센터를 건설하기까지 8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해 9월 삼성과 대구시가 주도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한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에 기반을 두고 벤처를 지원하기 때문에 신규사업 진출에 의한 위험 부담이 거의 없다. 오히려 기가 막힌 아이템을 발견해 자기 사업과 연계해 새 시장을 열 수 있는 기회도 노릴 수 있다.

삼성은 대구 '1호 혁신센터'를 비롯해 구미에 경북혁신센터까지 지원한다. 대구에서는 창업공간인 씨랩(C-lab)을 운영해 스타트업 18개 팀을 발굴했다. 투자로 연결시켜주기 위해 마련한 삼성벤처파트너스데이를 통해서는 14개 업체에 22억5000만원 투자 결과를 이끌어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광주시에서 자동차 관련 벤처를 육성한다. '원스톱 창업 지원' 체계를 만들고 수소연료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한창이다. 이와 별도로 새로운 형태의 전통시장을 육성하는가 하면 100억원 규모 서민 생활 창조경제 기금도 조성했다.

LG는 생명과학과 화장품·뷰티(미용) 산업을 연계,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충북혁신센터를 통해 창업을 지원한다. 대기업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지식재산권을 무상공여하기도 한다.

SK는 대전과 세종에 잇달아 혁신센터를 문 열었다.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는 정보통신과 에너지, 반도체, 생명공학 등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연계해 벤처를 육성한다. 세종은 '농업형 창조경제'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기업과 지자체, 정책금융 등으로부터 창업지원 자금 5150억원과 8670억원대 융자 계획이 완성됐다. 지금까지 멘토링·컨설팅 4548건, 시제품 제작 698건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