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메르스 충격 우려"…한은 7월 성장률전망 내릴듯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이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내수 충격과 수출부진 등이 동시에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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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6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위원들이 메르스 사태에 따른 내수침체와 수출부진 장기화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메르스 사태 지속기간 및 파급영향이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경제주체 심리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성장세는 전망경로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리인하를 주장한 다른 금통위원도 “수출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 여파로 그간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도 다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당초 전망경로에서 예상한 2분기 경기반등 확률이 낮아졌고 하반기 성장경로 하방위험도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메르스 사태는 우리 경제 내수위축에 중요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태 확산여부에 따라 소비, 투자 등 내수를 크게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예상 성장경로를 상당 수준 하향조정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했다.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낸 문우식 위원도 “메르스 확산에 따른 소비 및 경제심리 위축이 우려되고 성장률 자체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위원은 다만 향후 성장경로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3.1%로 종전보다 0.7%p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국내 주요 민간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2%대로 예상한다. 추경과 금리인하를 감안해도 3%를 넘기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에 한은도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메르스 경기영향을 포함해 다방면으로 성장률 파급효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유력하지만 물가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 내부서 다소 이견이 있는 상태다. 일부 위원은 현행 0.9% 수준에서 더 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다른 위원은 하반기 유가상승을 감안하면 추가로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다만 앞서 정부도 올해 물가상승률을 0.7%로 종전보다 1.3%p나 내린 측면을 고려하면 한은도 미세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일부 금통위원이 6월 금통위에서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차원의 새로운 규제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이른바 LTI(loan to incom)이라는 개념인데 우리나라의 총부채상환비율(DTI)와 비슷한 개념으로 개인의 대출한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별로 개별 차주의 소득에 맞는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개념이다. 이는 영국, 네럴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알려졌다.

이 제도를 제안한 금통위원은 “DTI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DTI도 함께 높아져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지는 차주들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DTI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DTI 강화가 어렵다면 그 대안으로 금융회사 차원의 LTI 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DTI와 LTI는 비슷한 개념이지만 전자가 개별 차주 부채를 기준으로 한다면 후자는 금융기관 대출한도와 더 연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DTI와 LTI가 동시에 실행된 외국 사례가 아직 없는 만큼 실제 도입까지는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