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독자결정… 본회의 상정 '마이웨이'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7월6일 본회의를 열겠다. 그날 국회법 개정안 재의건과 법률안을 처리하겠다."

30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2층. 출근길에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일정을 밝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목소리에는 거침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 여권에 전례 없는 내분 회오리가 일면서 '뜨거운 감자'를 손에 받아든 정 의장은 '친정' 새누리당의 입장보다 '입법부 수장의 직무'를 택했다. 정 의장은 취임 후 정치적 고비마다 독자적 결정을 내려왔다. 그는 정치인이기 앞서 평생 수천 건의 뇌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 의사다. 정 의장은 "환자든 정치든 살리는 일이 내 전공"이라고 말한다. 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순간에 누구의 지시에 따르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믿는 게 몸에 뱄다.


【그는…의사 겸 CEO(최고경영자)】

부산대 의대 졸업 후 세브란스병원 등을 거쳐 신경외과 전문의가 됐다. 장인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김원묵 박사가 1974년 사고로 사망하자 김 박사의 신경외과병원을 승계했다. 당시 20대였던 그는 직원들의 역할과 직급에 따라 50%, 많게는 300%까지 급여를 파격 인상했다. 의사이기 전에 병원 경영자로서 먼저 능력을 발휘한 그가 운영하는 봉생병원은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도 정 의장은 북한에 의료지원을 펼치는 '한국의 슈바이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국회의장 된 비주류】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의 뜻에 따라 새 인물을 찾던 박관용 대통령특보의 제안을 받고 수락, 정치에 도전했다. 부산(중구·동구)에서 19대 총선까지 내리 5선을 했다. 이명박정부 때는 범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친박(친 박근혜) 주도의 19대 총선 공천도 우여곡절 끝에 따냈다.

【키워드① 마이웨이】

애창곡이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인 정 의장은 대세와 별 관계 없이 움직였다. 1997년 이회창 후보 등 신한국당 9룡이 대권에 도전할 때 이수성 후보를,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이 거셀 때도 최병렬 후보를 밀었다. 2008년 이명박 후보를 지원, "처음으로 내가 밀었던 후보가 경선을 이겼다"고 말했다.

탈계파·독자행보를 강조하다보니 정치적 성장은 더뎠다. 그러나 자신은 포은 정몽주의 후손이란 점을 내세우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이야말로 포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고 자평한다.

【키워드② 국회선진화법】

2012년 18대 국회 말미에 정 의장이 국회의장 직무대행이던 시절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이 통과된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가져올 것이라며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국회선진화법은 그의 의장선출과도 무관치 않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당내 경선에서 황우여 의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101표 대 46표로 이겼다. 선진화법 실시 결과 여당이 예전처럼 법안 통과의 추진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불만이 고조되면서 정 의장 지지표가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표법안-인성교육진흥법】

지난해 학교 등 사회적 차원에서 인성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그해 국회를 최종통과, 2015년 7월부터 시행됐다. 인성도 '사교육'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등 법 시행효과는 지켜볼 일이다.

【요! 주의-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선이 굵은 '보스형'이기보다 매사 꼼꼼히 챙기는 만기친람형이다. 푸근하고 소탈한 인상이 장점이지만 지금도 물건값을 직접 깎는 깐깐함을 보인다. 15대 총선 땐 "(돈) 있는 사람이 심하다"고 할 정도로 경비지출을 챙겼다고. 초미세혈관수술을 평생 해왔고 병원경영까지 했으니 '거시'보다 '미시'에 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는다. 6선 도전 여부가 관심사인 가운데 선거구 조정 파장이 정 의장의 지역구에 미칠 가능성이 있다.

【프로필】

△1948년 경남 창원 출생 △부산고·부산대 의대 △15~19대 국회의원 △봉생병원장 △17대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국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 및 국회의장 직무대행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김성휘 기자 sunn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