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엇박자에 발목 잡힌 '트위지'

BBQ에서 임시운행을 준비했던 트위지의 모습 /사진제공=르노삼성

서울시와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초소형 전기차의 임시운행이 무산됐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입장이 엇갈린데 따른 결과다. 초소형 전기차의 임시운행 여부는 빨라야 내년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일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 차종 분류가 되지 않은 차종"이라며 "안전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도로 운행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임시운행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달 20일 르노삼성자동차, 제너시스 BBQ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트위지의 임시운행을 결정했다. 트위지는 일반 승용차의 3분의 1 크기의 4륜 전기차다. BBQ는 최대 180리터까지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트위지의 장점을 살려 배달용 차량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트위지의 차종 분류가 애매하다는 점.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는 이륜차와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 5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트위지는 이륜차와 승용차의 중간 모델로 현재로선 어떤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국토부가 임시운행을 막은 이유다.

국토부도 최근 초소형 자동차, 친환경 자동차 등 새로운 차종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차종 분류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으로 8월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


트위지의 경우 차종 분류 이전에도 임시운행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안전기준만 만족하면 트위지의 임시운행을 허가해줄 예정이다. 하지만 법 개정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 역시 당장 이뤄지긴 힘든 구조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내년 상반기쯤 초소형 자동차의 임시운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지의 임시운행 여부를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의 기싸움도 감지된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트위지의 임시운행을 허가해 혼란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시운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부터 분류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임시운행을 추진했지만 법적으로 (임시운행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오히려 분류기준을 정하는데 실증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국토부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유럽을 중심으로 초소형 자동차의 도입이 잇따르고 있는데 관련법 정비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르노삼성에서 제작한 트위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서만 1만5000대 이상 판매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초소형 자동차의 국내 도입에 대비해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에서 초소형 자동차의 입지를 다지려고 했던 르노삼성도 다소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미 유럽에서 1만5000대가 판매될 정도면 안전은 검증됐다고 본다"며 "정부가 충분히 검토해 조만간 시범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