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해외건설 영향 미미…"유로화 약세는 우려 "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지만 한국건설기업들의 공사 수주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유료화 약세 등 하반기 해외수주 여건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됐다.

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 건설업체 중 그리스 건설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예정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그만큼 당장 한국 건설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공사 수주 시장에서 가장 발목을 잡은 이슈는 저유가”라며 “그리스 사태가 유가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의 위축 가능성도 대두된다. 그리스의 디폴트로 유럽계 은행들의 채무가 부실화되면 신규대출에 소극적일 수 있어서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5~10년 장기대출의 경우 주로 유럽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왔다.

다만 그리스발 위기가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는 점에서 유럽계 은행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철한 BNP파리바 한국지사 구조금융총괄부분 대표는 “유럽계 은행들은 5년 전부터 그리스 문제에 대해 주목해 왔다”며 “대손충당금을 미리 쌓는 등 완충 장치를 해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심리적 압박은 있지만 그리스 사태로 인해 직접적으로 PF 대출 제한 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유로화 약세의 심화 가능성은 부담이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장은 “유로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며 “해외 수주전에서 유럽계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사업에 대해선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는 등 하반기 해외 수주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유럽계 은행들이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발맞춰 석탄화력발전소 등의 플랜트 사업에 대해서는 당분간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다.

정철한 대표는 “유럽계 은행들 상당수가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 건설업에는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며 “우선 연말까지 대출 진행을 유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 건설기업들의 올 상반기 해외 수주액은 25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75억달러)에 비해 32.1%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과 중동 정정 불안, 수주 경쟁 심화가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올 하반기도 유가하락, 미국 금리 인상, 유로화와 엔저 약세 등으로 해외 수주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