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사 리스크'..기업 대응이 희비 갈랐다

에프에스티와 손오공, 삼목에스폼은 관계사와 내부 거래로 인한 의혹을 받은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주이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 기업은 소액주주로부터 문제가 제기되며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세 기업의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

이달 1일 종가 기준으로 에프에스티 (28,600원 ▼1,050 -3.54%)와 손오공 (2,805원 ▲110 +4.08%)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각각 128.5%, 147.9%에 달했다. 반면 삼목에스폼 (20,550원 ▲100 +0.49%)은 11.8% 하락했다. 특히 삼목에스폼의 경우 올해 고점인 4월15일 대비 41.8% 급락했다.


에프에스티와 손오공, 삼목에스폼은 최대주주와 친인척이 지분을 100% 보유한 비상장 관계사와 거래하면서 일감을 몰아주고 거래를 통한 수익을 부적절하게 배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에프에스티의 경우 장명식 대표와 친인척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시엠테크놀로지로와 거래에 대해 일각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에프에스티의 반도체 부품 제조공정에 쓰이는 소품을 시엠테크놀로지로부터 공급받는데 이 과정에서 시엠테크놀로지에 더 많은 이익를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에프에스티의 매출액이 2013년 663억원에서 2014년 665억원으로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시엠테크놀로지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78억원에서 110억원으로 40% 증가했다. 지난해 에프에스티 영업이익률이 7.8%인데 시엠테크놀로지는 26%로 훨씬 높다.


이에 대해 에프에스티는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주주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수익성 개선 노력을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14.75%로 전년동기대비 3.91%포인트 상승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며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지난 6월18일 종가 7700원은 에프에스티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주가다.

완구업체 손오공 역시 마찬가지다. 최신규 손오공 회장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한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거래에 있어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초이락이 제품 개발과 생산과 일부 유통, 손오공이 주요 오프라인 유통을 맡는 사업 구조인데 손오공이 초이락에 이익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이 직접 애니메이션 제작 및 완구 개발에 투자한 변신완구 '터닝메카드'가 흥행에 성공, 주변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켰다. 또 손오공 측은 수입 완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악화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이락을 통해 직접 완구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터닝메카드와 카봇이 인기를 끌며 손오공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7.6%로 전년동기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주가 역시 가파르게 상승,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고지에 올랐다.

알루미늄 폼 제조사 삼목에스폼도 에스폼알파 등 관계사와 거래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삼목에스폼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이와 관련해 감사 선임을 추진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준년 대표가 사실상 소유한 관계사 에스폼알파와 거래하면서 삼목에스폼이 이익의 일부를 손해보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에스폼알파는 김 대표와 친인척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소액주주의 감사선임 제안에 삼목에스폼은 '감사위원회의 구성' 정관을 신설하며 방어했다.

이후 삼목에스폼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올해 2월부터 건자재 업황 개선세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4월 들어 주춤하더니 1분기 실적 발표가 있던 5월부터 급락했다. 삼목에스폼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같은 기간 47.2% 감소했다.

에프에스티 관계자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경영진이 현금배당과 실적개선 노력에 나서는 등 주주이익 제고에 힘쓰고 있다"며 "올해는 공장 이전, 생산역량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그동안 성장이 정체됐던 매출 규모도 확연하게 늘어나고 수익성까지 함께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많은 소액주주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대주주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에 부당 이득을 몰아주는 행위 등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기업이 정상화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