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격' 엘리엇, 첫 법정대결서 '완패'…정당성 확보한 삼성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1일 법원이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했던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계획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법원이 엘리엇 측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법원은 엘리엇의 주장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첫번째 법적 공방, 판결 의미는
엘리엇 측이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이 첫번째 승부처에서 승리하며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법원이 이날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번 합병안은 우선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우선 법원이 엘리엇 측이 주장한 △합병비율 불공정 문제 △주주이익 침해 문제 등에 대해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 이번 합병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던 엘리엇 측은 주장 논리의 법적 타당성에 '치명타'를 맞았다.

이번 법원 판결이 오는 17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결과를 판가름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기관 주주들이 이번 법적 판단을 주시해 왔다는 점에서 일단 삼성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엘리엇의 주장은 국내 법 체제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자의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삼성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우군 확보 나선 삼성 "승기 굳힌다"

일단 이번 합병 추진의 한고비를 넘긴 삼성은 '주주와의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임시주총 전까지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이날 삼성 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주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기관투자자들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제일모직의 긴급 기업설명회(IR) 이후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전날 제일모직은 IR에서 삼성물산과의 합병 이후 주주친화 추진방향으로 배당 성향을 확대하고 거버넌스위원회와 CSR(기업사회공헌)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두 회사의 합병에 반기를 들고 공세를 펴자 정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 사장은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 잘 설명해 보고자 IR을 열었다"며 "앞으로도 소통하고 소액주주들에 대한 정책들에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R 이후 합병 승인을 위한 우군을 많이 확보했는지 질문에 대해서는 "표결을 해 봐야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물산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이번 표결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판단에 대해 최 사장은 "나라가 잘되고 주주가 잘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이) 잘 판단해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까지 해외 기관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유럽·동남아 등지를 방문했다"며 "필요한 곳이 있다면 추가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보였다.

◇아직 큰 고비 남았다
17일 합병주총까지 남아있는 큰 고비는 두 가지다.

미국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는 이번주 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공식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찬반 여부를 조언하는 ISS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엘리엇은 지난달 2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ISS에 제출했고, 삼성물산 최고경영진은 ISS와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 등 설득작업에 나선 바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최대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이번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결정할 예정이다. 관례상 합병 주총 2~3일 전 열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