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치명상 입힌 '1일 결정'…'17일 결판' 승기 잡은 삼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펀드)와 삼성물산간 법적 다툼에서 삼성이 웃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 또는 각하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엘리엇 측의 주장에 대해 "합병에 있어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삼성물산 경영진이 삼성물산 및 그 주주의 이익과 관계 없이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이 엘리엇펀드에 합병을 고려하거나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확언을 했다는 등 엘리엇 측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번째 법적 공방, 결정의 의미는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삼성의 합병안은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법원은 엘리엇펀드 측이 주장한 △합병비율 불공정문제 △주주이익 침해문제 등에 대해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법원 결정이 오는 17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결과를 판가름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기관주주가 이날 법원의 판단을 주시해왔다는 점에서 일단 삼성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보면 엘리엇 주장이 국내 법체계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자의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삼성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우군 확보 나선 삼성 "승기 굳힌다"

이번 합병추진의 한 고비를 넘긴 삼성은 '주주와의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임시주총 전까지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이날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주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노력한다는 점을 기관투자가들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제일모직은 IR(기업설명회)에서 삼성물산과의 합병 이후 주주친화 추진방향으로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거버넌스위원회와 CSR(기업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 사장은 "앞으로도 소통하고 소액주주들에 대한 정책들에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IR 이후 합병승인을 위한 우군을 많이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표결을 해봐야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물산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이번 표결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판단에 대해 최 사장은 "나라가 잘되고 주주가 잘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직 큰 고비 남았다

17일 합병 주총까지 남은 큰 고비는 두 가지다. 미국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 ISS가 이번주 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공식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주요 기업의 주총안건을 분석, 기관투자가들에 찬반 여부를 조언하는 ISS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엘리엇펀드는 지난달 2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ISS에 제출했고 삼성물산 최고경영진은 ISS와 콘퍼런스콜을 진행하는 등 설득작업에 나선 바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도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고 이번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결정할 예정이다. 관례상 합병 주총 2~3일 전 열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