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이완구 불구속기소…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정치권 유력인사 8명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이 제기됐던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홍준표(61) 경남도지사와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82일 만에 마무리됐다.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논란이 법원으로 넘어오게 됨에 따라 향후 재판과정에서 양측이 벌일 공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 내용이 확정적인 증거로 판단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홍지사는 2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자 즉각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사건"이라고 반발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전달자' 진술 신빙성 유무가 핵심…구체성·일관성 있나

홍지사에 대한 재판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윤 전부사장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여자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해 법정에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뇌물사건과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은 공여자의 진술이 핵심 증거이기 때문에 공여자가 사망한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리스트 인물들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윤 전부사장을 여러 차례 극비 소환하면서 혐의를 뒷받침할 일관된 진술을 받아내는 데 애써왔다.

검찰은 "동선과 재산변동 내역을 모두 확인했다"며 "현금을 전달하는 과정이 우리가 확보한 동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도 하나하나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전부사장은 조사에서 성 전회장 측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지사에게 전달했고 이 돈을 함께 있던 홍지사의 최측근인 나경범(50) 당시 보좌관이 가져갔다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홍지사는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윤 전부사장의 진술을 계속 부인해왔다. 즉 성 전회장이 윤 전부사장에게 금품 전달을 지시했다 해도 윤 전부사장이 이를 자신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윤 전부사장 스스로도 공천을 기대하던 시기였던 상황에서 그만큼 되는 액수의 돈을 빠뜨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수사 초기 의심했지만 모든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일축했다.

이 전총리에 대한 재판에서도 성 전회장의 사망으로 인해 금품 공여자를 법정에 직접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재보궐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한모씨, 운전기사 윤모씨 등 주변 인물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총리가 성 전회장이 선거사무소에 오지 않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며 "성 전회장의 수행비서와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한씨 역시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성 전회장을 기억한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전총리 측은 애초 성 전회장과의 독대 사실을 부인하다가 만난 적은 있다고 말을 바꿨지만 돈을 받았다는 점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양측의 승패는 증인으로 나선 인물들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뇌물·불법정치자금 등 사건에서 주로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는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의 진술을 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왔다.

◇금품수수 둘러싼 '정황증거'도 신빙성 판단 좌우

금품수수 혐의를 입증할 '정황증거'들도 역시 이번 재판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즉 홍지사나 이 전총리가 금품 전달자·공여자와 만난 사실을 뒷받침할 통화기록, 금품수수 당일 홍지사의 행적을 증명하는 일정표 등도 유무죄를 판가름할 주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홍지사의 경우 이같은 당일 행적을 증명할 기록을 놓고 특수팀과 홍지사가 날카로운 기싸움을 벌여왔다.

검찰은 2일 처음으로 홍지사가 돈을 받은 시기와 장소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지사가 돈을 받은 시기와 장소는 2011년 6월 중하순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이다. 당시는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을 앞둔 시기다.

반면 홍지사는 자신의 '일정표'를 검찰에 공개하지 않고 당일 행적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이 전총리의 경우 돈을 받은 일시와 장소는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읍에 위치한 재보궐선거 사무소다. 검찰은 "이 전총리의 경우 성 전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간까지 파악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금전의 흐름'을 입증할 정황증거, 즉 갑자기 뭉칫돈이 들어온 흔적이나 이 돈을 어디선가 사용한 흔적 등 역시 양측의 승패를 판가름할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윤 전부사장의 동선과 재산변동내역 등을 모두 확인했다"며 "관련 물적 증거가 기소에 이를 만큼 확정적인 증거라고 판단했다"고 역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검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013년 재보궐선거 당시 이 전총리 측의 회계 관련자료 등을 확보해둔 상태다.

반면 홍지사는 "경선자금 1억2000만원은 집사람의 비자금"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금흐름'을 두고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홍지사는 "권력을 누려본 일도 없고, 실세라는 소리를 들어본 일도 없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이권에 개입한 적도, 공직자의 정도를 벗어난 본 적도 없다"며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정투쟁으로 진실을 밝히고 저의 무고함을 밝혀 실추된 제 명예를 되찾도록 하겠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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