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입문기] 요트의 이해 2편 - 요트의 탄생

지난 편에서 우리는 요트가 돛의 사용에서 유래되었다고 보고, 고대 범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이집트 유적에서 찾은 범선의 모습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시대와 바이킹 원정 항해 시대에는 돛의 성능, 기술 등이 미흡했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 즉시 대처하기 위해 사람이 노를 젓는 인력선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이전보다 항행범위가 넓어진 중세에는 삼각돛의 탄생으로 선박 역사상 가장 큰 발전이루어졌고, 산업혁명 이후 바람에만 의존했던 범선은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삼각돛을 달고 바람을 받아 항행하는 요트는 엄밀히 말해 '범주 요트(Sailing Yacht)'로 구분된다. 사진은 영국해협에 있는 와이트 섬(Wight I.)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온화한 기후, 두 박자가 갖춰져 요트기지로서도 유명하다./사진제공=요트피아

그렇다면 대형 범선의 시대에서 요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요트라고 하면 커다란 삼각돛을 달고 바람을 한껏 받아 경쾌하게 항행하는 배를 떠올린다. 이런 요트는 엄밀히 말해 ‘범주 요트(Sailing Yacht)’라 부르는 것이 옳다.

요트의 이해 2편에서는 요트의 어원을 비롯해 현대적 개념의 요트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보도록 한다.

요트의 발상지, 네덜란드는 왜 쾌속선을 만들었을까?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전쟁에 참여한 16세기말에는 가로돛을 단 전통적인 횡범선이 대부분이었다. 이 무렵 세로돛을 단 쾌속선이 등장했는데, 이런 범선을 ‘요트(Yach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요트는 네덜란드어로 ‘사냥한다’, ‘쫓는다’라는 뜻의 야겐(Yagen)에서 파생된 말로, 네덜란드 해군이 해적을 쫓기 위해 만든 쾌속선에서 출발했다. 주변 바다의 수심이 얕은 네덜란드의 지리적 특성이 반영해 좁은 운하나 얕은 내해에서도 항해할 수 있도록 흘수(draft, 배 정중앙부의 수면이 닿은 위치에서 배의 가장 밑바닥까지의 거리)를 줄였다. 또한, 배가 바람에 의해 옆으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속에 내리는 판자(Leeboard, 리보드)를 사용한 것이 네덜란드 요트의 특징이다.

대형화된 군함 등 범선에 비해 요트는 소형이기 때문에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바람의 방향과 무관하게 항해할 수 있어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었다.

종래의 횡범선과 요트의 가장 큰 차이는 돛의 모양에 있다

횡범선과 요트의 차이는 돛이다. 요트의 역사는 그림처럼 돛대에 세로가 긴 사각형의 돛을 달고 있는 범선에서 출발한다. 그림은 빌럼 판 더 펠더(Wiilem van de Velde)의 Calm-Dutch Smalschips And A Rowing Boat(1662),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인 빌럼 판 더 펠더는 해경화가로서 가장 저명한 인물이다/그림출처=Web Gallery of Art 누리집 //www.wga.hu

횡범선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순풍을 받아 항주하기 위해 가로가 긴 사각형 돛을 많이 달고 있다. 반면에 요트는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역풍에 의해 발생되는 양력을 이용하기 위해 세로가 긴 돛을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이다.

양력이란 물체의 주위에 유체가 흐를 때 물체의 표면에서 유체의 흐름에 대하여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는 힘으로, 유체는 기체와 액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양력에 대해서는 ‘요트의 추진원리’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요트의 부흥기를 이끈 영국 찰스 2세

초기 아메리카컵 요트 경기에 사용된 스쿠너/그림출처=AMERICA'S CUP 누리집

요트 경기의 시초는 영국 왕 찰스 2세이다. 네덜란드에 망명해 있던 그는 요트와 친숙해졌고, 망명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네덜란드로부터 요트 한 척을 선물로 받았다. 찰스 2세는 곧바로 이와 비슷한 배 몇 척 을 더 건조하고, 본격적인 경기를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첫 번째 요트경기는 1661년 찰스 2세와 요크 공작 사이의 경기로 100파운드 내기 경기였다. 이후 경기로서의 요트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었으며, 공식적인 경기가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요트는 해상이 거친 북해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배의 밑바닥(선저)에 긴 용골(Keel, 킬)을 장착하고, 수면 아래 선체를 날씬하게 하여 파도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성능이 개선되었다. 이렇게 영국에 정착된 요트는 귀족들의 놀잇배로, 때로는 망명 등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요트는 삼각돛의 탄생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다. 바로 '동력 요트'의 출현이다. 근대에 들어와 바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항행할 수 있는 ‘동력 요트’가 발명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 요트는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해양레저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요트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요트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본격적인 요트의 구분법에 앞서 다음편에서는 국내 요트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참고 서적: 『요트&킬보트 세일링』(대한요트협회), 『요트의 과학』(지성사), 빌럼 판 더 펠더(Wiilem van de Velde)의 약력과 와이트 섬(Wight I.)의 소개는 두산백과사전.

요트피아 곽나리기자 기사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