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추경안 확정, 응답없는 코스피

정부가 수출 부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한 내수침체를 막기 위해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결정하고 세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는 좀 처럼 오르지 못하고 되레 하향세를 타며 전일 회복한 2100선 마저 붕괴된 상황이다.


3일 오전 10시59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9.85포인트(0.47%) 하락한 2097.48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2107.51(+0.18)로 출발하며 211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코스피 지수는 정부의 추경안이 확정될 경우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추경안 확정에도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추경 수혜 업종으로 꼽히던 유통, 자동차, 은행들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유통업은 이날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자동차업종 대표주인 현대차 (235,000원 ▲4,000 +1.73%)와 기아차 (110,400원 ▼1,800 -1.60%), 현대모비스 (234,500원 ▼500 -0.21%)도 모두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정부는 오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확정 발표했다. 추경안에 따르면 11조8000조원의 재정이 보강되며 경기여건 악화에 따른 세입결손 보전용 세입 추경 5조6000억원과 메르스·가뭄 대응을 위한 6조2000억원의 세출 확대(세출 추경)로 구성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코스피 지수의 흐름에 대해 추경 편성의 목적 자체가 '플러스 알파' 보다는 '제자리'를 찾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추경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 자체가 더 좋아진다기 보다는 나빳던걸 중간정도로 끌어올리는 정도"라며 "메르스 본격화 전의 코스피 지수와 엇비슷한 수준인 2100선까지 지수가 회복된 만큼 추경으로 인한 추가 상승까지는 노리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 부장은 이어 "이번 추경으로 침체된 내수를 잠시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메르스 등의 여파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3%도 지켜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가 시장의 예상인 15조원보다 작다는 의견과 함께 편성된 추경도 대부분 재정보조에 쓰일 뿐 실제로 경기 부양에 투입되는 규모는 작아 시장에 큰 온기를 불어넣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기업 이익에 모멘텀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보통 추경을 바라볼 때 총 금액을 가지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 경기 부양에 쓰이는 부분을 발라보면 규모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추경 세출 확대분을 뜯어보면 메르스 극복 및 피해업종 지원에 2조5000억원, 가뭄 및 장마 대책에 8000억원, 서민생활 안정에 1조2000억원, 생활밀착형 안전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1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다만 정책기대감은 아직 살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최근 기업들의 실적을 갉아먹고 있는 환율과 수출 관련 대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하강을 방어하는 성격의 추경보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될 환율 대책이 주식시장 업사이드에 더 중요한 변수"라며 "환율대책은 수출주 반등의 포인트이자 코스피 선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