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따르는 게임업계… 입법 막을까

사행성과 과소비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 게임업계가 적극적으로 자율규제 이행에 나섰다. 이를 통해 국회의 규제 입법 움직임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마련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적용에 나섰다.


자율규제 대상은 '캡슐형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청소년 이용가' 등급인 모든 게임이다. 캡슐형 유료 아이템은 유료 캐시로 구매한 뒤 개봉을 통해 내용물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아이템 획득이 이뤄진다. 캐릭터와 무기, 카드 등 아이템의 성능을 강화하는 '인챈트'의 경우도 캐시(또는 캐시로 구매한 아이템)를 사용하고, 확률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면 자율규제를 적용받는다.

넥슨은 PC 온라인게임 25종, 모바일게임 10종 등 총 35종에 대한 자율규제 적용을 완료했다. 온라인게임은 해당 홈페이지, 모바일게임은 공식 카페 또는 게임 내 공지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으로 획득 가능한 아이템 목록과 확률을 공개했다. 예를 들어 '피파 온라인 3'의 유료 선수 패키지의 경우 획득 가능한 전체 선수 목록과 선수별 획득확률을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자율규제 대상 게임 36종 중 '모두의마블'과 '다함께 차차차 2'를 제외한 34종에 대한 자율규제 적용을 완료했다. '모두의마블'과 '다함께 차차차 2'도 조만간 자율규제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컴투스는 8종 전체, 게임빌은 16종 중 10종에 대한 자율규제 적용을 마쳤다.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자율규제를 따른다는 원칙을 세우고, 개발사와의 협의를 거쳐 이달 중으로 자율규제 적용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상시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이 없는 엔씨소프트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 이벤트를 진행할 경우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 적용으로 유료 선수 패키지의 획득 가능한 전체 선수 목록과 선수별 획득확률을 공개한 넥슨의 '피파 온라인 3'.

김성곤 K-iDEA 사무국장은 "자율규제에 대한 게임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서 발표한 대로 이달부터 자율규제 모니터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K-iDEA는 자율규제의 사후 관리를 위해 모니터링 및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위한 모니터링 요원 선발(4명)과 인증마크 공모를 마쳤다. 이달 말부터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를 매달 공개할 방침이다.

게임사들이 잇따라 자율규제 이행에 나선 데에는 국회의 규제 입법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비율, 획득확률 등을 '게임물내용정보'에 포함하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 의원은 자율규제의 실효성 등을 살펴본 뒤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를 위한 움직임이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며 "이번에는 주요 게임사들이 자율규제 이행에 나서면서 정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성 입법이 이뤄지면 다양한 부작용이 야기되기 때문에 자율규제를 잘 관리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