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탓에 판매 중단 위기 특금, 당국이 풀었다

금융위원회 새현판.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사태로 인기 금융상품인 특정금전신탁 판매가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으나 금융당국이 신속히 규정을 개정해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8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문인력'(이하 파생자문인력) 자격이 없는 금융회사의 판매 인력은 파생상품을 편입하는 특정금전신탁을 고객에 권유할 수 없었다. 2013년에 발생한 동양사태가 특정금전신탁의 불완전판매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해초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었다. 특정금전신탁에 주가연계증권(ELS)와 같은 파생상품이 포함될 경우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상품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인력으로 판매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파생자문인력 적격성 시험을 통과한 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3월에 첫 적격성 인증시험을 치렀다. 여기에는 4000여명이 응시해 1000여명이 합격했다. 상당수 예비응시자는 당초 6월22일 치러질 예정이던 2회 시험을 준비했다. 예비응시자 상당수가 은행권 판매 인력인데 1회 시험 당시 안심전환대출 제도가 시행되면서 업무가 폭증해 시험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국 은행 각지점에서 특정금전신탁을 팔기 위한 자격인력 수요는 최소한 수천여명으로 추정된다. 2회 응시인원은 9000여명에 달했는데 합격자들은 6월말 자격을 확보해 7월 규정 개정에 대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메르스가 발목을 잡았다. 당초 고사장이던 전국 6개 지역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는 돌발상황이 빚어졌다. 응시자들의 감염가능성 마저 제기돼 결국 시험이 연기됐다. 결과적으로 적정자격을 갖춘 판매인력이 태부족해 특정금전신탁 판매가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특정금전신탁 수탁고는 200조3000억원으로 2013년 말 대비 12.7%(22조6000억원)나 증가했고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 파생상품 편입 특금의 인기가 급증세여서 은행과 금융투자업계의 피해가 커질수 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업계의 어려움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판매 자격에 대한 '금융투자업 규정'을 고치려면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시험 연기가 결정된 시점에는 이미 정례 회의일정이 끝나 외부위원 소집이 어려웠다. 이에 올들어 처음으로 지난달 29일과 30일 증선위와 금융위를 각각 서면회의로 열고 판매 자격 제한은 재시험이 치러진 오는 8월로 시행을 연기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미뤄진 2회 시험은 오는 12일 치러지며 21일 합격자 발표가 이뤄진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돌발상황으로 업계 피해가 예상됐지만 규정을 신속하게 개정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