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앞으로 다가온 삼성물산 주총, 지배구조원의 선택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 국내외 유수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모두 '반대'를 권고한 가운데 국민연금에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선택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원 관계자는 3일 "오는 6일에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찬반여부를 담은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내부적으로 찬반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대해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배구조원은 2002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단체들이 공동출자해 설립됐다. 지배구조원은 국내 상장사의 지배구조평가 뿐 아니라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 해당 안건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리해 보고하는 의결권 자문서비스도 주 사업으로 영위 중이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회사 뿐 아니라 국내 사회책임투자(SRI) 컨설팅업체인 서스틴베스트도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3개사는 이미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지배구조원은 ISS, 서스틴베스트와 달리 국민연금과의 자문서비스 계약에 의거해 자체적으로 찬반여부를 공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배구조원의 권고안을 참조할 뿐 별도 절차에 의거해 찬반의사를 표명하게 된다.


여타 자문기관들이 이미 반대의견을 표명했음에도 지배구조원이 아직 찬반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것은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 1개사가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이상이며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다른 상장사들을 합하면 비중이 30%를 훌쩍 웃돈다. 3세승계 과정에서 잡음으로 인한 지배구조 취약화는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SK그룹 등에서도 3세승계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번 삼성물산 합병안의 향방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그만큼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잇따라 불거진 국내 대표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이미 다 해소됐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한국증시가 아직까지도 디스카운트되는 것은 지배구조상 문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10조5500억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수하기로 결정한 후 외국인들의 대량이탈이 본격화됐다. 대주주를 견제하지 못하는 국내 상장사 이사회의 무능력함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역시 오너2세의 전근대적인 횡포가 기업가치를 얼마나 떨어뜨리는지를 잘 나타내줬다. KB금융 사태은 현대차, 대한항공과 반대로 주인없는 기업에서 무책임한 사외이사의 전횡이 문제가 된 사례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배구조원의 권고안 역시 반대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국내외 유수 자문기관들과 달리 찬성안을 내놓기 위해서는 그만큼 설득력 있는 논리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줄 만한 근거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