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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雜s]우라까이의 기쁨을 아는 몸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15.07.04 12:56|조회 : 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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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출판사 창비가 23일 소설가 신경숙 씨가 표절을 인정한 단편 &#39;전설&#39;이 수록된 작품집 &#39;감자먹는 사람들&#39;의 출고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시내의 대형서점에 진열되어 있던 신경숙 씨의 &#39;감자먹는 사람들&#39;의 모습. 이 서점은 이날 오후 진열됐던 책을 회수했다. 2015.6.23/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판사 창비가 23일 소설가 신경숙 씨가 표절을 인정한 단편 '전설'이 수록된 작품집 '감자먹는 사람들'의 출고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시내의 대형서점에 진열되어 있던 신경숙 씨의 '감자먹는 사람들'의 모습. 이 서점은 이날 오후 진열됐던 책을 회수했다. 2015.6.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들도 실로 멀쩡한 머리들의 주인공이었다.
그들의 밤은 술퍼먹느라 격렬했다. 회사 데스크는 아침에 출근해 얼굴에 묻은 오바이트 자국을 씻다가도 뭔가에 열받아하며 서둘러 후배기자들을 조지는 일이 매번이었다.
입사한지 두달 남짓, 기자들은 벌써 우라까이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그 무르익음은 자판을 두드리는 기자의 손가락 속으로도 찰지게 스며들어 이젠 기자가 기사를 쓰는게 아니라 타매체 기사가 그냥 저절로 빨려들어오는 듯 했다.
기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건 물론 편집국장이었다....

표절의 기쁨은 그 신속성과 생산성에 있다. 신경숙이 표절한 대목을 또 표절해서 이렇게 긁적거리는데 실로 1분도 안걸린다. 써놓고 보면 또 얼마나 번듯한가.
'기쁨을 아는 몸' 이런 단어, 혼자 생각해내려면 몇개 안남은 머리카락 하루 종일 쥐어짜도 안될 일인데..

후배 기자가, 자기 기사를 베껴 쓴 기사를 발견하곤 '너무한거 아니냐고' 기가 막혀 하길래 읽어 봤다. 나름 순서를 바꾸는 등의 '가공' 노력을 했지만, 기사 전체가 격렬한 우라까이의 흔적으로 뒤덮혀 있다. 더구나 [박00의 ...]라고 자기 이름 박아서 쓰는 기명칼럼이었다.

<원본>
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5070217377685684

<우라까이본>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5/07/03/20150703001327.html?OutUrl=naver

우라까이:기자 사회의 은어로 기사의 내용이나 핵심을 살짝 돌려쓰는 관행을 이르는 말...이라고, '우라까이'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네이버가 친절하게 설명해놨다. ('베끼기' '돌려쓰기' 이런 아름다운 한글보다는, 언론의 음습한 은어를 표현하는데는 일본어가 입에 찰싹 붙는다)

우라까이는 이젠 언론계에선 생활이다. "기자생활 하루이틀 하냐, 우라까이는 둿다 어따 쓸래" 라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다.

우라까이의 기쁨을 알아가다보면, 그 윗단계에는 '복붙(Ctrl-c, Ctrl-v)의 기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라까이'에 수반되는 잔머리와 시간조차도 아깝다.
이런 기사의 경우다.

<원본>
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5042721107674468

<복붙본>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384424&code=61111111&sid1=pol

내용을 좀 줄이고, 토씨를 다소 바꿨지만, 이정도면 '복붙'이다.
입사 3년차인 후배기자가 알아봤더니, 해당 기사를 '제작'해낸 기자는 평기자도 아니고, 해당 언론사 현직 정치부장이란다. '얼마나 위에서 쪼이고 아래에서 치받혔으면...'하는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머니투데이 the300 기사를 이렇게 열심히 봐 줘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드리지 그러냐고들 부원들끼리 웃고 말았다.


기자생활 24년째인 나 역시 기억할 수도 없는 '우라까이 제품'을 싸지르고, 때로는 강요해온 터.

그래도 금도는 있어야 한다.
기명칼럼을 남의 문장으로 도배하고, 후배기자를 이끄는 현직 데스크가 3년차 기자 기사를 베끼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그 동네(조직, 업종)는 볼장 다 본거다. (위에서 사례를 든 두 곳, 심지어 '믿음'을 바탕으로 한 종교 매체다. 우라까이는 언론계의 신앙의 지위에 오른 것 같다)

언론에서 신경숙의 표절을 비판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는걸 보는 마음은 불편하다.
오늘도 바깥에서 돌아와 우라까이의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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